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때와 달리 법정구속은 되지 않아 도지사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으나, 거듭 실형을 선고받아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김 지사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혀 지사직 상실 여부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가름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등으로부터 댓글 조작 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를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댓글 순위 조작 계획 등이 담긴) 온라인 정보보고 문서들과 댓글 작업이 이뤄진 기사 목록들을 전달받고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김 지사의 묵인 아래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그 시간에 김씨 등과 저녁식사를 했기 때문에 시간상 시연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닭갈비 영수증 등을 증거로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지사는 “재판부가 다양하게 제시된 입증 자료들에 대해 충분한 감정 없이 유죄를 판결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 대가로 드루킹의 측근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선거법 위반 혐의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어떤 행위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특정 후보자의 존재와 관련성이 반드시 인정돼야 하는데 특정 후보자가 누구인지 공소사실로 적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나, 김 지사가 조직적으로 댓글 순위를 조작해온 드루킹 일당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만으로도 정치적 책임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또 2심에서 무죄가 나왔으나, 공직을 두고 이들과 거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부적절했다. 우리의 선거 관행이나 문화가 국민의 정치의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권 전체가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잘못으로 피해자가 잇따르고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과 실망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어 “김 지사의 결백과 무죄를 확신하며 진실 규명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와 여당은 대법원에서 치열하게 사실과 법리를 다투려면 뼈저린 자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