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월8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첫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누리집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1439번째 수요시위가 13일 무거운 분위기 속에 열렸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지난주 기자회견 이후, 보수 언론과 정치권이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보고 부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의 딸 학비 문제 등을 거론하며 논란을 키우는 가운데 처음 열린 수요시위다.
1992년 1월8일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 방한을 앞두고 일본 정부의 위안부 전쟁범죄 책임 인정과 공식 사죄,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시작된 시위는 지난 28년간 비바람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이어져왔다. 그 세월 동안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220명이 세상을 떠났다. 한·일 양국의 우익들은 지금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공격하고 모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세월은 헛되지 않았다. 수요시위 현장에선 피해자와 활동가, 학생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만나 잊힌 진실을 널리 알리는 데 힘을 보탰다. 피해자인 할머니들은 평화인권운동가로 우뚝 섰고, 학생과 청년·시민들은 역사를 배웠다. 국경을 넘어 전세계 시민들이 찾아와, 다시는 전쟁터에서 성폭력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연대의 장이 되었다. 수요시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인권과 평화 운동의 역사를 써왔다.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1439차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날 시위에서도 시민들은 그 의미를 되새기며 ‘초심’을 강조했다. 대학생 이태희씨는 “5년 동안 저는 이 장소에서 김복동, 길원옥,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평화와 인권이 무엇인지 배웠다. 연대란 무엇인지 배웠다”고 했다. 자원활동가 이판수씨도 “작은 불화가 28년간 함께 일궈온 우리 평화 공동체에 큰 상처를 줬지만, 아무도 탓하지 말고 부디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유튜브 생중계로 시위를 지켜본 시민들은 “할머니들과 함께한 30년의 세월은 기사 몇 줄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바위처럼 지켜내자 수요시위” 등의 댓글로 응원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일 학생들 간의 교류와 공동 행동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30년간의 투쟁 과정에서 오류나 잘못은 극복해야 한다’고 한 것 역시 같은 뜻이리라 믿는다. 논란에 흔들리지 말고, 수요시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와 평화와 인권의 현장이라는 ‘초심’을 되살리며 다시 앞으로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