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 이후 검찰 안팎에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10일 검찰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대상의 특정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 결국 집행이 불발됐다. 당·정·청이 나서 인사 과정에서 보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태도를 ‘항명’으로 비판하고, 자유한국당은 검찰 인사가 ‘수사 방해’를 위한 ‘보복 인사’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국정조사요구안을 국회에 냈다. 모두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고 임명권자의 인사권과 검찰의 수사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범죄자료 일체’ 취지로 기재해 특정되지 않았다며 임의제출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영장을 가져온 것은 ‘보여주기식 수사’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사 관련 의견을 내라는 자신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윤 총장을 비판했다. 1시간 이상 통화하며 의견을 내라고 했으나 제3의 장소로 구체적 인사안을 가져오라며 “법령에도 관례에도 없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전날 유감 표명에 이어 1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없다”고 사실상 윤 총장을 겨냥했다. 윤 총장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전격적인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는 그의 속내를 능히 짐작하게 한다.
청와대와 검찰의 이런 갈등 기류가 조만간 있을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청와대 관련 의혹들을 수사 중인 일선 수사팀의 교체까지 이뤄진다면 더 큰 논란과 갈등을 불러올 수 있음을 청와대와 법무부는 유념해야 한다.
검찰 역시 그간의 수사 방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국 수사’를 4개월 이상 끌어온 데 이어 ‘청와대 하명의혹 수사’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애초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꼽힌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소환조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수사도 자칫 ‘제2의 인디언기우제 수사’라는 비판을 받기 딱 알맞다. 총선이 본격화하는 시점까지 수사를 끌다간 ‘정치 수사’란 의혹이 커질 수 있음을 윤석열 검찰총장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