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운행중인 지하철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던 기사가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사고를 막자고 설치한 안전문에서 사고가 났다니 일단 어처구니없다. 하지만 비극의 이면에 도사린 안전불감증과 구조적 취약성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29일 저녁 7시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지하철 정비업체 직원 조아무개씨가 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조씨는 이날 안전문 오작동 신고를 받고 혼자 강남역에 도착해 안전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한다. 서울메트로는 평소 정비업체에 안전문 점검 때 2인1조로 출동해야 하며, 지하철 운행시간에는 승강장에서만 작업하고 안전문 안에 들어가지 말아야 하며, 안전문 안에 들어갈 때는 사전에 보고할 것 등을 요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정비업체가 안전 규정을 평소에 철저히 교육하고 작업자들이 이를 잘 지켰더라면 이번처럼 어이없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강남역 역무실 근무자들도 정비작업 현장에 나가 상황을 조정하거나 관제실 상황 보고 등을 제때 했는지 궁금하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의 일차적 원인이 서울메트로와 정비업체, 지하철역 역무원 등의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에 있음은 특별히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만약 서울메트로가 정비작업을 외주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영을 하고 있다면 어땠을까. 조씨가 외주업체 직원이 아니고 서울메트로 정규직 노동자라면 노동조합도 있고 하니까 위험한 상황을 함부로 감수하진 않았을 것이다. 조씨가 외주업체 직원인 까닭에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고 무리하게 작업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은 1인 승무에 따른 안전 취약성을 노출해왔다. 역무 부문도 인원 감축 운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가령 1인 역무를 한다면 정비작업 현장에 나가보려 해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울 수 있다. 현업 근무자들의 자세뿐 아니라 인원 감축 경영이 안전 사각지대를 가져오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공기업과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위험한 작업을 외주업체에 돌리는 위험의 외주화가 성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가 우리 사회의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음을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줄여서 일시적으로 경영 효율을 높일 것 같아도 그것이 결국 사람한테 재앙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슈구의역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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