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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 공감 못 얻는 ‘의사 파업’, ‘의료 붕괴’ 못 막는다 [사설]

등록 2023-12-17 18:18수정 2023-12-18 02:39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의대 증원 협상을 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집회를 열고 증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의협 집행부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의협은 강추위를 무릅쓴 장외집회로 자기들만의 ‘투쟁 의지’를 다졌는지는 몰라도, 전문가 집단다운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최근 설문조사(시민 1000명 대상)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9%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86%는 총파업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대다수가 의협 주장에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7년간 의대 정원이 묶이면서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아과와 필수의료진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반면 의사 몸값은 치솟아 전문의의 임금 소득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이다. 이런 상태에서 파업을 해서라도 의대 증원을 막겠다면 어느 국민이 공감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이날 집회에선 “의료절벽 재앙으로 이어질 의대 증원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대 증원 결사반대” 등 강경한 구호가 난무했다. 의협 집행부가 지역 및 필수 의료 분야 붕괴를 막는 데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될 정도다.

의협은 정부가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인프라 부재를 의대 정원 확대로만 해결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필수의료진에 대한 처우 개선 등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 수입이 천정부지로 높아진 상태에서 의료 수가(건강보험 진료비)만 올리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자는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다. 한국의 임금노동자 소득 대비 개원의 소득은 6.8배로, 오이시디 회원국 중 격차가 가장 크다. 국민 불편과 상관없이 의사의 고소득만 보장돼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 최근 의협은 의사 소득 논란에 대해 “가진 자에 대한 증오를 동력으로 하는 계급투쟁적 이념이 담겨 있다”는 막말 수준의 주장까지 했다. 의사 집단의 도 넘는 특권의식을 숨길 마음도 없어 보인다.

의료 현장에선 의사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전국 1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 88%가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해당과 의사가 없어 주말에 사망한 환자를 월요일 아침에 알게 됐다”는 충격적인 답변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데도 의협은 ‘의대 증원 결사반대’만 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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