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적정 병상수급 시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아이들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현상)을 두고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오픈 시간에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부모들의 분노를 산 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우 원장의 주장은) 아이 키우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꼰대스럽기 이를 데 없는 발상”이라며 “의료 현장의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나 분석조차도 못 한 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의사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잃게 한 우 원장은 사퇴하라”고 밝혔다.
앞서 우 원장은 의협이 최근 발간한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쓴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 정원’이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소아과 오픈런을 두고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어서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2022년 서울 성북구 한 병원에 소아과 진료를 보기 위해 부모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6일 우 원장의 주장이 알려진 뒤 맘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오전 9시30분에만 가도 진료가 마감되기 때문에 오픈런을 하는 것”, “아이가 열이 나고 아프니 안쓰러워하며 밤새 지켜보다가 조금이라도 빨리 진료를 받고 빨리 나았으면 하는 마음에 날이 밝자마자 소아과로 달려가는 것이 부모 마음”, “브런치는 무슨 브런치냐.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 등 우 원장의 주장을 질타하는 부모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역시 “부모들은 밤새 아팠던 아이들 들쳐업고 그나마 남은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으로 뜀박질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어렵게 치료받고 나서 아이를 돌봐줄 조부모나 어린이집에 맡기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뒤로하고 직장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우 원장이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망발을 하다니 기가 차다”고 비판했다.
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현재 소아의료 인프라가 철저히 붕괴됐다”며 “다른 나라에 견줘 턱없이 낮은 진찰료에만 의존하는 소아청소년과 수입, 악화되고 있는 저출산 상황,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들부터 대거 폐업했고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의대 학생들과 인턴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이날 공개한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전기 모집 지원 결과를 보면, 모집 정원이 확정된 24개 진료과목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가장 낮았다. 205명에 53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25.9%였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