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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실 아파트도 전 정권 탓, ‘갈라치기’ 매달릴 때인가

등록 2023-08-02 18:38수정 2023-08-03 02:40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엘에이치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서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엘에이치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서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원인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며, 당시 정책 결정자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전 정부 책임’ 주장을 이어받은 것이다. 입주자와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이 커져가는데도, 집권 세력은 또다시 ‘전 정부 탓’을 들먹이며 책임 모면에 급급한 모습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진상규명 티에프를 발족해 아파트 부실 시공 사태 전모를 낱낱이 파헤칠 것”이라며 “필요시 국정조사도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지난 정부 국토교통부는 물론 대통령실 정책 결정자까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기현 대표는 에스엔에스에 “김현미·변창흠 두 전직 장관은 차제에 자신들이 당시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왜 이런 3불(부실 설계·시공·감리)이 횡행했는지에 대해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썼다.

여당은 문제가 된 아파트의 설계업체 대부분이 엘에이치 퇴직자들이 근무하는 ‘전관 업체’라는 점을 들어 ‘이권 카르텔’로 의심하고 있다. 물론 이들 업체의 부실한 설계가 ‘전관 특혜’로 용인된 것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발주처로서 설계와 감리에 책임이 있는 엘에이치가 사실상 직무를 유기한 것도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철근 누락 아파트 파문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최저가 경쟁과 재하도급 구조, 공기 맞추기 속도전, 원청 눈치만 보는 부실한 감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건설산업 전반의 총체적 부실 문제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집권 세력이 해야 할 급선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 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고 선을 긋고, 여당은 이에 발맞춰 일제히 전임 정부 공격에 몰두하고 있다.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는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중대 사안이다. 철저한 원인 규명 및 안전대책, 재발방지책으로 국민 불안을 시급히 불식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는커녕 대통령부터 나서서 ‘갈라치기’로 정쟁화를 도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또한 집권 2년차가 되도록 문제만 생기면 전임 정부 탓을 반복하는 것은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집권 세력이 국정 운영의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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