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에 입주한 남양주 별내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천장이 붕괴하지 않도록 철골조의 잭서포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단지는 무량판 방식의 302개 기둥 중 무려 126개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국토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에서 발주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무량판 구조)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된 가운데 엘에이치의 ‘기수 문화’ 때문에 현장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전 직원의 주장이 나왔다.
주로 공사 감독 업무와 인허가를 담당하며 엘에이치에서 5년 동안 근무했다고 밝힌 전 직원 ㄱ씨는 2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엘에이치가 기수제가 굉장히 심하다”며 공사 현장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엘에이치 전반의 이권 카르텔 이야기가 나온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공사 현장에서는 퇴직자들의 영향으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ㄱ씨는 “만약 제가 감독이라 지시해야 하는 입장인데 감리사에서 오신 분이 저보다 까마득한 (엘에이치 출신) 선배고, 주변 본부장 등이랑 잘 안다면, 사람 일이 또 쉽지 않지 않느냐”며 “(그런 환경이) 감독에게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압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지시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감리업체에서 기수 높은 (엘에이치) 퇴직자들을 우선적으로 영입하는 것에 대해 “(그들의) 전문성도 있겠지만 그런 이유(전관 특혜)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엘에이치 퇴직자들이 ‘철근 누락’으로 문제 된 엘에이치 발주 아파트 15개 단지 중 13개 단지를 설계한 설계업체에 근무 중이거나 적어도 2021년까지 대표 및 고위 임원을 지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전관 특혜’가 무더기 시공 오류의 원인 중 하나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현재 나오고 있다.
ㄱ씨는 공사기간 단축이 철근 누락의 핵심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설계 단계에서 현장의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고 또 현장에서 설계대로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철근 누락이 고의나 악의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철근을 몇 개 뺀다고 해도 비용적으로 리스크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그는 공사 기간 단축이 문제라고 지목했다.
ㄱ씨는 “(선분양제로) 착공 전이나 직후에 분양 시 입주 기간이 나온다”며 “전세 사는 분들 계약 기간을 정해 놓는다든가, 큰 금액의 돈이 왔다 갔다 하므로 입주 날짜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못 지키면 시행사나 시공사에서 배상하게 돼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장 직원에게는 공사 기간 엄수가 목숨같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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