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에서 열린 교육부-교사노동조합연맹의 교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한 참석자의 책상 위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교 교사의 스승, 지인 등이 작성한 추모 메시지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정부가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 강화를 위해 관련 고시와 조례 등의 제·개정을 추진하라고 24일 지시했다. 이에 교육부는 8월까지 교원의 생활지도 범위·방식을 규정한 교육부 고시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또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의 민원 대응체계를 개선하고, 교사들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학생인권을 낮추면 교권이 올라간다는 식의 ‘제로섬 게임’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어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7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한 것이다. 한술 더 떠 교육부는 언론 브리핑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악성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포괄적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애초부터 이념적 이유로 도입이 됐다”며 학생인권조례를 폄훼했다.
학생인권조례는 무분별한 체벌과 학교폭력, 복장 제한 등으로부터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치법규다. 이를 ‘교권 침해’를 부른 근본 원인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성급하고 과도한 진단일 뿐 아니라, 교육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행여라도 정부·여당이 상위법 개정으로 시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압박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설령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의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더라도, 이것이 당장 시급한 과제는 아닐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자칫 소송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되레 교사들의 고통과 부담을 더 가중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선 교육 현장에선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새로운 대책이 논의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고 호소한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어느 하나로 돌려 이를 표적 삼을 게 아니라, 좀 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장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