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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울 아침 뒤집은 경보 오발령, 정부 난맥상이 더 불안

등록 2023-05-31 18:43수정 2023-06-01 02:40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힌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힌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6시41분, 서울 시민들은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서울시의 위급재난문자에 놀라 깨어났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이어 서울시내 곳곳에 사이렌 경보가 울렸고, 내용을 알아듣기 힘든 방송 음향이 관공서 스피커를 통해 퍼져나갔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포털사이트도 불통이었다. 그야말로 혼란과 공포의 아침이었다.

북한이 이날 오전 6시29분께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것으로 보이는 로켓을 남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가 실패한 상황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서울시의 경계경보 문자 발송 22분 뒤인 오전 7시3분, 재난문자를 통해 서울시 경계경보가 잘못 발령된 것임을 알렸지만, 서울시는 오전 7시25분 ‘경계경보 해제’를 재난문자로 통보했다. 앞선 경계경보가 ‘오발령’이 아니라는 강변이다. 재난대응 주무부처인 행안부와 서울시는 상황 판단과 대응이 제각각이었고, 이후에는 서로 책임 공방을 벌였다.

서울시가 31일 오전 발송한 경계경보
서울시가 31일 오전 발송한 경계경보

‘문자 재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데도 이날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발령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변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디로 대피하라는 건지도 알 수 없는, 밑도 끝도 없는 문자를 1천만 서울시민에게 무턱대고 보내는 게 ‘원칙’인가. 만일 ‘실제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런 식의 문자가 시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상황 파악도 제대로 않은 채, 시민들이 겪을 혼란은 안중에 없고,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무능과 무책임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의 대응이 반복되면, 위급한 상황에도 시민들을 둔감하게 만들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며칠 전부터 예고한 상황에서 국가 위기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되 잘잘못을 따지는 데 그치지 말고, 제도와 시스템에서 잘못된 부분을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

북한은 이날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쏘아올렸으나 발사체인 ‘천리마-1’형의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면서,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이 한국의 누리호 발사나 국내 정치적 일정 등을 의식해 발사를 서둘렀다가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정찰위성 확보를 위한 발사를 계속할 것이다. 이번 혼란을 국가 위기관리 체계 정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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