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 서울 전역에 경계 경보가 내렸다는 뉴스속보가 나오고 있다. 이후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연합뉴스
“정상등교 아닌 줄 알고 버스에서 내렸으면 지각할 뻔.”
“오발령이어도 등교 관련 안내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선생님도 연락 안 되고 어쩌라는 건지….”
“애들 등원하고 일하는 도중에 이랬으면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네요.”
31일 오전 6시41분께 서울시가 북한 우주발사체에 대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를 보낸 직후 서울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에스엔에스(SNS)에 쏟아진 반응이다. 20여분 뒤 행정안전부가 오발령임을 알렸지만,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할 시간대에 일어난 일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등교 여부를 놓고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경계경보처럼 갑작스러운 경보 발령이 있을 경우,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교육청의 알림 매뉴얼은 따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뉴얼이 없다 보니 등교 관련 사안을 학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현실이다. 실제 이날 교육청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에서 내는 경보 자체가 서울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거여서 학생이나 학부모도 거기에 따르면 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학생이나 학부모를 상대로 별도의 전체 공지를 하느냐, 마느냐도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이날도 경계경보 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체 공지를 한 학교가 있는 반면, 별도 공지를 하지 않거나 교사를 통해 정상등교임을 알린 학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는 앞으로 비슷한 위기가 실제로 닥쳤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반드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처럼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개별 학교와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을 정해 학생과 학부모의 안전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오발령이라고 문자가 오기 전 발사체가 서울 상공을 지나갔다는 뉴스를 보고 선생님들에게 정상등교한다고 공지했다”면서 “학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만약 실제 상황에서 잘못 공지한다면 학교 책임이 되는 것 아니냐. 교육청 차원의 매뉴얼이 절실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경보발령 직후 학부모들에게 연락이 빗발쳤다. 학교에서 공지가 늦어져 계속 ‘기다려 보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상황이었으면 어쩔 뻔했냐”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공통된 지침이 없으면 학교 현장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등교중지 등 교육청 차원에서의 대응은 교육감 주재로 간부회의 등을 통해 결정하고 전달하는 체계다. 오늘처럼 급하게 경보 발령이 나는 경우는 서울시 통제 계획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