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성만(가운데), 윤관석(오른쪽)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다.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 등 현재까지 드러난 ‘돈봉투’ 살포 정황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민주당 스스로 엄정하게 사안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5일 “내부 논의를 마친 뒤 다음주쯤 당내 기구를 통해 돈봉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송영길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과 대의원 등에게 94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압수수색할 때만 해도, 민주당은 ‘검찰의 기획수사’ ‘야당 탄압’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당사자들의 통화녹음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자 자체 진상조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윤관석 의원을 만나서 그거 줬고 이렇게 봉투 10개를 만들었더만”(이 전 부총장), “(의원들이)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또 그래 가지고 거기서 세개 뺏겼어”(윤관석 의원), “돈, 내가 내일 주면 안 돼?”(이성만 의원) 등의 녹음은 귀를 의심하게 만들 지경이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송영길 당시 후보가 홍영표 후보를 0.59%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돈봉투’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 정치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대형 사건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2008년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당시 후보가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형사처벌을 받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껏 ‘돈봉투’ 논란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재명 대표는 “객관적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만 했다. 현재 검찰 수사는 초기 단계이고 관련자들은 의혹을 부인한다. 총선을 1년 앞두고 검찰이 야당을 고사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그렇다고 불법 정치자금을 둘러싼 의구심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이정근의 개인 일탈” 운운하며 남 얘기하듯 할 게 아니라, 조속히 귀국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민주당은 당의 운명이 걸렸다는 각오로 철저히 진상을 파악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