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5일(미국 현지 시각) 한 보수단체 초청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또 막말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극우 성향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공개 강연에서 발언했다. 5·18 폄훼 망언으로 사과한 지가 불과 얼마 전인데, 국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가 반복된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인 단체 ‘북미자유수호연합’이 개최한 행사에 초청 연사로 나서,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현장에서 박수를 받았다. ‘보수정치의 미래’라는 강연에서 “요즘은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서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며 “그나마 우리 쪽도 사람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고 전 목사를 칭송했다.
전 목사가 누구인가. 안타까운 젊음이 대거 희생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북한의 공작일 수 있다’고 주장해 유가족들의 가슴을 후벼파고,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허황된 망발을 최근까지도 서슴지 않은 인물이다. 태극기 집회 등에서 내뱉은 극우 성향 언동은 일일이 옮길 가치조차 없을 정도로 반사회적·반역사적이다. 그런 전 목사를 집권여당 최고위원이 공공연히 찬양하고 나선 것이다. 전 목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점령운동’을 벌인다며 신도들의 당원 가입을 적극 선동한 바 있는데, 그런 전 목사가 이제 국민의힘을 장악했다는 뜻인가.
김 최고위원의 망언은 단순 실언이라고 볼 수 없다. 일관성이 뚜렷하고 갈수록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당선된 직후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가, 크게 논란이 일자 마지못해 사과했다. 그때도 전 목사 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해 ‘전라도 표’ 운운하며 막말을 주고받다 튀어나온 말이다. ‘전당대회 보은’이라고 하기에는 선을 넘었다. 김 최고위원은 또 “<한겨레> <경향>을 비롯한 좌파 언론과 노조가 죽기 살기로 (윤석열 정부를) 공격한다”며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반정부 활동으로 매도했다. ‘100% 당심’으로 선출된 집권 여당 최고위원의 인식이 저 정도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28일 “자중자애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점잖게 경고했다. 발언의 심각성에 비추어 매우 미온적이다.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이다. 제명해야 한다”고 말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과도 대비된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다. 그런 ‘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공당 지도부에 머물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