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김승겸 합참의장(왼쪽)이 26일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 사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달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전방 일선 부대가 이를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아 부대 간 상황 전파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군의 정보 전파·공유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군은 여전히 책임자 처벌을 미루면서 북 무인기가 대통령 집무실 인근까지 침범한 사실을 언론에 알린 이들을 찾으려는 ‘보안 조사’에 힘을 쏟고 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26일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북한 무인기 관련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10시25분께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올 당시 해당 항적을 포착한 육군 1군단의 실무자가 이를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아, 고속상황전파체계 같은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 그 틈을 타 무인기는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고,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는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넘어온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전 11시27분에야 자체적으로 이를 탐지하고 방공 작전에 나섰다. 당시 경기 북부를 지키는 1군단과 서울을 지키는 수방사가 무인기 항적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없어, 1군단이 추적한 항적 정보도 수방사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신속한 정보공유를 통한 육군과 공군의 체계적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1군단은 오전 11시 무렵에야 전화로 이상한 항적이 포착됐다고 공군작전사령부에 전달했다.
초기 상황 판단부터 상황 전파와 협조 등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났지만, 군은 여전히 책임자 문책을 미루고 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현안보고에서 책임자를 처벌할 것인지 질문을 받은 김승겸 합참의장은 “(전비태세)검열 결과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해서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만 했을 뿐 징계 등 문책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국방위에 출석한 국군방첩사령부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의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P-73) 침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에 대해 보안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군 방첩사는 합참과 군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 중이고, 국가정보원은 국방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를 했다고 한다. 군은 북 무인기의 용산 대통령실 일대 진입 사실을 부인하며 언론 보도나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문제제기를 ‘이적행위’ 운운하며 비난한 바 있다. 부실 대응으로 안보 불안만 키운 군이 책임자 엄중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보다는 ‘입단속’과 책임 떠넘기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참으로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