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상자위대가 지난 2010년 10월 도쿄 근교 아사카 기지에서 열병식을 하는 모습.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북한·중국 등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을 보유하기로 16일 결정하면서 ‘전쟁 가능 국가’로 사실상 변모했다. 전후 70여년 동안 유지해온 전수방위(공격받을 때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흔드는 것으로, 5년 뒤엔 일본의 국방예산이 100조원을 넘으며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군사 대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동아시아 군비 경쟁을 더욱 격화시켜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큰 여파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정부가 이날 의결한 ‘국가안보전략’에는 ‘반격 능력’이라는 표현으로 적기지 공격 능력이 명시됐다. 일본 정부는 공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거리 1000㎞ 이상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을 1000발 이상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5년 뒤까지 방위비를 현재의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의 군비 강화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제질서 변화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일본 시민사회가 “스스로 전쟁을 하는 국가로 바뀌는 등 현행 평화헌법에서 인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커지는 안보 우려에 묻히고 있어 안타깝다.
올해 내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온 북한은 이날도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엔진시험에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이날 북한은 140tf(14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규모의 로켓 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전날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이를 현장에서 지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단기간 내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했다고 공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미리 발사를 탐지하기 어려워 한국의 킬체인 등이 무력화될 우려가 크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와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맞물리는 것은, 긴장 고조와 군비 경쟁의 악순환 늪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는 한반도 주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바탕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질주하고 있고, 한·미는 확장억제 강화,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적기지 공격 능력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본은 안보 우려만 강조하기 전에 침략과 식민지배를 겪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직시하고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해야 한다. 이날 일본이 국가안보전략에서 또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