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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석열 통해 수사 무마’ 김만배 음성파일, 진상 밝혀져야

등록 2022-03-07 18:50수정 2022-03-07 19:56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공동취재사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공동취재사진

2011년 대검찰청의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주장이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김씨가 검찰 수사를 받던 불법 대출 브로커 조아무개씨를 박영수 변호사에게 소개했고, 박 변호사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을 통해 수사를 무마했다는 게 음성파일 내용의 골자다. 박 전 특검과 윤 후보는 검사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의혹의 한 축으로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이 더욱 짙어진 만큼,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6일, 김씨가 지난해 9월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나눈 대화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당시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막 불거지기 시작하던 때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음성 파일에는 “내가 조씨를 박영수 변호사에게 소개해줬다. 당시에 윤석열이 (대검 중수부) 과장, 박아무개가 주임검사야. 그래서 내가 (조씨에게) 박영수를 소개해줬다.”, “박영수가 나한테, ‘야, 그놈 보고, 대검에서 부르면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라고 그래’. 그래서 (조씨한테) ‘야, 형님(박영수)이 그랬는데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란다’ 그러니까 진짜로 (검찰에) 갔더니 커피 한 잔 주면서 ‘응, 얘기 다 들었어. 들었지? 가 임마’ 이러면서 보내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등의 발언이 담겨 있다. 대화에 등장하는 조씨는 2009~2010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에게 1155억원의 대출을 불법 알선해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았는데, 2011년에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조씨는 4년 뒤인 2015년 수원지검 수사를 통해 뒤늦게 구속 기소됐다.

음성파일 내용은 ‘대장동 4인방’ 중 한명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한 것으로 알려진 진술과도 일맥상통한다. <제이티비시>(JTBC)는 지난달 21일, 남 변호사가 검찰 조사에서 “저, 김만배, 조씨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2회 조사 출석 전에 대법원 주차장에서 만났다. 김만배가 조씨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 물어보는 질문에 다 협조하면 된다’ 고 했다” 고 진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은 대장동 사업 의혹과 떼어 놓고 볼 수 없다. 천문학적 수익을 얻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초기 자금을 불법으로 빌려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김만배씨의 음성파일과 남욱 변호사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게다가 김씨의 누나가 윤 후보 부친의 집을 사들인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윤 후보 쪽은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오자 “수사를 앞두고 지인에게 늘어놓은 변명”, “일방적인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그동안 김만배씨 등 ‘대장동 4인방’의 녹취록을 근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대장동 사업 비리의 몸통’으로 공격해온 것에 비춰 보면 온당치 않은 태도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대장동 의혹의 전모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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