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이진순 칼럼] 이준석 돌풍이 던지는 숙제

등록 2021-06-15 13:45수정 2021-06-16 02:06

14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대표(아래 왼쪽)가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4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대표(아래 왼쪽)가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준석이 세대교체를 실현할 리더인가’에 대한 논쟁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준석을 찻잔 속의 태풍, 저급한 포퓰리스트라고 규정하고 끝내면 마음이 편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방어적 평론은 아무런 실천적 함의를 던져주지 못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유권자들이 왜 이준석을 선택했는가이다.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

이준석의 등장은 세대교체와 보수혁신의 신호탄일까? 연일 언론에서는 이준석 돌풍의 실체와 의미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세대교체이자 시대교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보수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는 이준석 당선을 세대교체로 볼 수 없다는 후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세대교체에는 세력과 명분이 필요한데, 이준석은 단기필마라서 세력화가 어렵고 그가 내세우는 ‘공정한 경쟁’이란 명분 역시 2030 유권자들의 보편적 가치를 대변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타당한 지적이다. 탁월한 개인기만으로 이준석이 어떻게 강성보수파가 장악한 최고위원회를 끌고 갈지, 어떻게 대선 경선과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풀어갈지 지금으로선 미지수이다.

그러나 ‘이준석이 세대교체를 실현할 리더인가’에 대한 논쟁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준석을 찻잔 속의 태풍, 저급한 포퓰리스트라고 규정하고 끝내면 마음이 편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방어적 평론은 아무런 실천적 함의를 던져주지 못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준석이 얼마나 내공 있는 리더인가라기보다, 유권자들이 왜 이준석을 선택했는가이다. 민심은 예측 가능한 관록보다 리스크 있는 변화를 택했다. 더욱이 이번 국민의힘 대표 선거는 정치권의 뿌리 깊은 터부를 깨버렸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다선 의원급 경력이 없거나 자기 계파를 가지지 못하면 정치리더가 되기 어렵다는 터부.

터부는 한번 깨지기가 어렵지, 깨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범여권 3위에 오르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야권 5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준석 돌풍의 연쇄반응으로 볼 수 있다. ‘30대면 왜 안 돼?’ ‘정치경력이 짧으면 왜 안 돼?’가 새로운 정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단기적 유행으로 끝날지, 한국 정치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체가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라면 공간이 열려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적어도 이준석은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을 타고 새로운 보수의 담론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준비된 정치인이었다. 이준석의 등장은 민주당과 진보정치세력 모두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첫째, 이준석의 능력주의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이준석의 ‘능력에 기반한 공정경쟁’론이 출발선부터 뒤처진 사회적 약자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은 합당하지만 너무 안일한 반론이다. 이준석은 모든 국민이 ‘교육을 통해’ 공정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공교육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모의 기득권이 자녀의 교육과 취업 기회를 좌우하는 행태를 방치하고 연고주의, 정실인사, 계파주의를 청산하지 못한 채 이준석식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것으론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둘째, 강성지지층과 어떻게 결별할 것인가?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로 발탁되어 정계에 입문했지만 5·18 왜곡 망언을 하는 자당 정치인을 비판하고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을 옹호함으로써 태극기부대와 선을 그었다. 보수의 콘크리트 지지기반과 결별함으로써 이준석은 폭넓은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나 문재인 정부에서나 강성지지층은 달콤한 늪이다. 거기 안주하면 망한다. 강성지지층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민주당 대선후보 그 누구도 명확한 결별 선언을 하지 못하는 한, 대선 경쟁에서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셋째, 정당 안의 다원주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준석이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설파한 샐러드볼 다원주의는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낡아빠진 레토릭이다. 그러나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은 그의 비빔밥론이 혁신으로 불릴 만큼 더 낡아빠진 고물이다. 쓴소리를 하면 징계위에 회부하고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정당은 회복탄력성이 없다. 정당 안의 스펙트럼을 전방위적으로 넓히고 다양한 쇄신 방안이 경쟁적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정치인들도 각성해야 한다. 획일적 당론에 포획되어 순치되면 차세대 리더십은 없다. 힘이 생길 때까지 발언을 자제하자고 미룰 때가 아니다. 리틀 586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면, 무엇이 정당을 위한 길인지, 무엇이 정치를 하는 진짜 이유인지 되새겨보기 바란다.

‘누가 변화를 선도할 것인가’의 경쟁에선 국민의힘이 1승을 거뒀다. ‘어떤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는 아직 대진표가 짜이지 않아 진공상태이다. 이준석은 등장했는데 그에 맞설 대립항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변화를 선택했다. 그 선택에 부응하지 못하는 측은 도태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1.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트럼프는 이겼지만 윤석열은 질 것이다 2.

트럼프는 이겼지만 윤석열은 질 것이다

[사설] 딥시크 충격, 한국도 빠른 추격으로 기회 살려야 3.

[사설] 딥시크 충격, 한국도 빠른 추격으로 기회 살려야

[사설] 최상목, 내란 특검법 또 거부권…국회 재의결해 전모 밝혀야 4.

[사설] 최상목, 내란 특검법 또 거부권…국회 재의결해 전모 밝혀야

‘신년 국운’ 잘 풀릴까요? [슬기로운 기자생활] 5.

‘신년 국운’ 잘 풀릴까요? [슬기로운 기자생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