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ㅣ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가정의 달, 오월. 매년 똑같은 이슈가 반복된다. 최근 4~5년 동안은 여지없이 아동학대가 온 언론사들의 오월 톱 이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에 있는데, 코로나로 1년 이상 단절된 생활을 하다 보니 학대로 집 안에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42명이었던 것이 2021년이 끝날 즈음엔 5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양천구의 ‘정인이 사건’으로 인하여 이제는 아동학대가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엄벌하지 못하고 있다. 징역 등으로 부모를 격리하는 경우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을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도 보건복지부에서 산출한 아동학대 사건은 총 4만1389건이었던 데 반하여 같은 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형사사건으로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267건에 그쳤으며 그중 실형이 선고된 건 33건뿐었다. 그해 아동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42명)보다도 적은 수의 행위자만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물론 그 아동학대치사범이 모두 같은 해 판결이 확정되는 건 아니기에 실형 선고 수가 죽은 아이들 수보다 더 적다는 사실을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외국에 비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관대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결국 신고를 해도 아무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다 보니 아동학대를 범죄로 여기며 아동학대로 인해 징역살이를 할 수도 있다는 경계심을 갖는 부모들은 없는 것 같다. 더구나 신고자들이나 경찰 역시 아동학대 사건은 처리 절차만 고달플 뿐, 사실상 피해자도 가해자도 결국은 분리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자포자기하여 애초 단호하게 사건을 처리하길 꺼리게 된다.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은 피신고자들은 신고자들이나 사건을 처리한 경찰들에게 오히려 큰소리치며 쓸데없이 자신을 무고하여 명예만 훼손되었다고 적반하장 격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말 가치의 혼동이다.
그러다 보니 사법권도 없이 아동학대 문제의 최전방에 내몰린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의 실무자들이 느끼는 고충은 형언할 수 없다. 이들의 초기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상당히 이관되어 이제는 사례관리 중심으로 줄긴 했으나 재학대가 2019년에만 3431건임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상습적인 학대 행위자를 감시하고 개입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아동학대의 처리 절차를 복지영역의 사안으로 비범죄화하여 다루는 우리나라에 비해 외국은 대개 엄벌주의를 택하고 있다. 징역 위주의 처분보다는 교육이나 치료명령 등 조건부 처분 위주이긴 하나 검찰이나 법원이 주체가 되어 지속적으로 개별 사건을 하나하나 관리한다. 우리가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아보전에서 지자체로 넘긴 데 비하여 외국은 사법절차로 훨씬 많이 개입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법원의 경우 우리처럼 가정법원에서는 형사처벌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담재판부를 두어 처음에 보호처분을 내렸던 사건의 피고인이 재차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동 법원에서 형사처벌로 처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고인 입장에서 보면 쉽게 응급조치나 임시조치 등을 위반하기가 어렵다. 만일 상습적으로 임시조치를 위반하는 경우 징역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집행하고 있는 다양한 지역사회의 선도 혹은 상담 프로그램들은 법원의 주시하에 이루어진다. 상담치료자들은 아동학대 행위자의 재범 위험성이 프로그램을 통해 얼마나 해소되었는지를 법원에 보고하게 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처분의 변경, 예를 들자면 피해아동 분리명령의 취소 등이 이루어진다.
외국의 제도가 언제나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사건의 처리 절차만큼은 이제 가정만 유지되면 된다는 식의 가부장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범죄로서 엄중히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