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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프로파일러 이수정] 그들이 출소한다

등록 2020-12-10 14:34수정 2020-12-11 02:38

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두 달여 앞둔 13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골목길에서 관계자들이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안산시는 골목길 등 취약지역에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두 달여 앞둔 13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골목길에서 관계자들이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안산시는 골목길 등 취약지역에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결국 보호수용법 입법은 불발되었다. 조두순은 12일 새벽 출소한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라는 명분의 벽을 넘지 못하였다. 피해자의 인권보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법제도의 실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며칠 전 일대일 보호관찰 심사에서 조두순 사건의 내용과 수용시설에서의 생활태도를 접하였다. 엽기적인 범죄행각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음과 동시에 사법제도에 대한 무력감은 형언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물론 조두순을 담당하게 될 보호관찰관의 역량은 충분히 신뢰한다. 범죄예방정책국의 재범 방지 의지 또한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문제는 바깥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에 대한 성적 침해라는 문제가 이제는 오프라인만 지킨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엔(n)번방이나 박사방 사건에서 보았듯이 온라인에 연결되는 순간 아이들은 상상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위험을 아이들이나 부모들, 그리고 선생님들조차 잘 알지 못한다. 조두순과 함께 일대일 보호관찰 심사를 받았던 젊은 성범죄자는 온라인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자감독 중에도 여러 번 어린아이들과 음란 내용의 대화, 성매매 그러고는 그 끝에 성폭력 범죄까지 저질렀다. 집 안에서 컴퓨터나 휴대폰을 통해 미성년자들을 접촉해도 ‘전자감독법’은 이를 막을 수 없다. 지리적인 통제만을 느슨하게 집행하는 방식으로는 집 안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일에 속수무책이다.

음주 역시 막기는 어렵다. 조두순은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술에 취한 상태였다. 물론 보호관찰관이 부정기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매일 새벽 음주측정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밤새 집 안에서 술을 마시며 음란물을 감상하더라도 강제로 규제하기는 힘들다. 그는 피해망상도 문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후유증이 인지장애를 유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에는 전자파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이 심해졌다고 보도되었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물론 행정입원과 같은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큰 문제를 일으켜야만 이 같은 치료 위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정말 요행이라도 바라야 하는 것인지 조바심이 난다.

현재로서는 보호관찰소와 지역 경찰의 밀접한 업무 협조를 통해 범죄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것만이 가능한 일로 보인다. 지자체 역시 민간 자원까지 동원하여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천명하였다. 부디 성공해야만 할 것이다.

반년 전쯤부터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여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을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성폭력 예방교육을 소수의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아이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온라인 속에서 아이들이 불특정인들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것이 어떤 차원에서 위험한 것인지 선생님들은 잘 모르셨다. 나아가 부모님들은 더더욱 스마트폰의 존재를 학습의욕의 장애물 정도로만 인식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위험이 철저히 임박하였다는 사실을 선생님들도 부모님들도 잘 알지 못하였다. 늘 발생하는 모르는 사람들에 의한 그루밍은 국내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채팅 상태로부터 유인당하기 일쑤다. 입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아주 구체적이고도 효과적인 성폭력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우리 동네 어느 곳에 위험이 존재하는 것인지, 온라인에서의 위험은 왜 발생하는 것인지, 나아가 이런 위험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용 음란물 차단앱을 학교에서 제공한다거나 경찰서에서 신상공개 대상자들에 대한 정보를 학부형들에게 제공하는 등의 일이다. 여러 가지로 여전히 논쟁은 존재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위험에 대비하는 방법을 알리는 것이 범죄자들의 인권 이슈보다 우선되어야 함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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