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10일. 서울 성동구의 한 동네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던 4살의 김○○ 어린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9일째 되던 날 아이가 마지막 목격된 장소에서 불과 5분여 떨어진 골목길에서 낡은 등산용 가방이 발견되었다. 아이는 참혹한 모습으로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경찰은 실종에서 살인사건으로 수사를 전환하고 범인을 체포하였다. 그는 이미 5살 아동을 강제추행한 사건으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출소한 자였다. 이 사건으로 사형이 선고되었지만 항소하였고 결국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2007년 3월16일 오후 5시. 학원에서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3학년의 양○○ 어린이는 학원 버스를 타고 집 앞에 내렸다. 그 후 아이는 사라졌다. 경찰과 동네 주민들이 모두 아이를 찾아다녔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하였다.
수사 지원을 위해 투입된 나는 실종 이후 진행된 수사 내용을 토대로 이 사건을 아동 대상 성범죄 살인사건으로 판단하고 프로파일링을 실시하였다. 수색 지역을 다시 설정하고 범인의 심리적 특성과 행동 특성을 수사팀에 브리핑하였다. 결국 아이는 실종 40일이 되던 날 하차한 장소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범인은 체포되었고 사형이 선고되었지만 항소하였고 결국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우선, 두 사건의 공통점은 범인의 거주지 가까운 장소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먼 곳으로 이동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피해 아동들 역시 자신이 늘 다니는 친숙한 거리에서 유인된다. 그들은 편지를 써달라고 도움 요청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유인하였다. 아이들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범인을 따라간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교육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도움 요청을 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 필요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만성적으로 실패한 자들이었다. 실패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그들이 회피적 성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심리학의 성격장애에서 분류하는 회피성 성격장애는 타인에게 어떤 제안을 하였을 때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이다. 물론 누구나 사회적 관계에서 상대방의 거절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런 과정을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 문제로 인해 심한 두려움을 경험하는 자들이다. 결국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만성적인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낮아진 자존감을 아동을 통제하면서 회복하려는 시도를 한다.
물론, 이들이 성격장애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범행의 전 과정에서 뚜렷한 자신의 의지와 목적을 갖고 자행된 범죄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범죄자 개인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다. 성격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은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두려움으로 인해 상실된 자존감의 회복을 추구하기 위한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파렴치한일 뿐이다. 사이코패스 성향도 매우 높다.
안타깝게도 미리 그들의 범죄 의도를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예방을 위해서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이 더욱 전문화되고 개인화되어야 한다. 캐나다의 경우 전문가가 최대 5명을 넘지 않는 대상자들을 관리하면서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성범죄자 유형에 따라 적절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아동 대상 성범죄의 경우 심리적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제2, 제3의 조두순이 나타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의 개정과 이 범죄자들의 심리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분석하여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권일용 전 경정·범죄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