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언택트 사회의 연속이다. 그렇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사람 만날 일이 현저히 줄었다. 함께 회식도 하지 않고 여행은 더더욱 가지 않는다. 대신 세상이라는 것을 온라인을 통해 느낀다.
통신매체의 중요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커져 중요한 상호작용의 도구가 되었으며 그 영향력 또한 너무나 커졌다.
요즘 나의 일상 중 가장 큰 변화는 강의나 발표 모두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도 근 한시간 반을 모니터와 카메라 렌즈를 보며 떠들었고 그 이튿날도 학회 발표용 콘텐츠를 녹화하여 보내야 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강의와 교실에서의 오프라인 강의의 가장 큰 차이는 청중의 반응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간혹 대중강연을 할 때 가장 많이 느껴왔던 감정은 대학교 강의와는 매우 다른 시민들의 호응도였다. 조금만 민감성이 떨어지도록 어렵게 지식을 나열하면 금방 소통의 부재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기 중에도 온도 같은 것이 있어서 청중들의 반응이 바람을 타고 전달된다. 다 같이 분개하거나 웃을 때 느끼는 뜨끈뜨끈한 온도와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할 때 느끼는 청중으로부터의 냉랭한 반응은 실제 몸으로 느낄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피곤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때의 강의에서는 청중의 힘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되어 힘이 되곤 한다. 청중들의 열의에 찬 표정을 보면서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는 컴퓨터와 마주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면벽수양을 하는 느낌이다. 말을 빠르게 하거나 목소리가 줄어들어도 청중들이 어찌 느끼는지 알 길이 없다. 심지어는 책상 아래 휴대전화에 뜨는 문자에 한눈을 팔아도 상대방은 알 길이 없다. 학생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자기기만 ‘온’(on)인 상태에서 어떤 일을 해도 상대방이 나의 부주의를 체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코로나로 인해 도입된 비대면 세상을 “비공식 사회실험”이라고 했다고 한다. 사회심리학자인 필자 입장에서 보자면 실로 딱 맞는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오프라인에서의 대면 접촉이 없이 이루어지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이 우리의 정서에, 나아가 중추신경계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생각해 보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시선 접촉으로 습득해야만 하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심각하게 결손될 가능성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일찍이 대뇌피질에 있는 뉴런의 발달이 불포화지방산이나 단백질의 영양 공급 이외에도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특히 타인과의 시선 접촉은 인간의 고등한 정신작용, 그중에서도 공감능력을 발달시키는데, 바로 이러한 공감이야말로 본능적인 폭력성을 억제하는 매우 중요한 기제가 된다. 우리는 언어적인 대화 이외에도 표정과 몸짓으로도 대화를 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70∼90% 정도의 소통은 비언어적으로 이루어진다. 상대방의 미세한 표정과 동작의 변화에서도 그들의 희로애락을 읽어낸다. 상대방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경계심을 풀기도 하고 미간의 주름을 보며 하던 이야기를 줄이기도 한다. 디지털 세상이 오면 이런 찰나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공감능력이 부재한, 즉 감정 문맹이 많이 탄생할까 걱정이다.
감정 문맹으로 가장 대표적인 발달장애가 바로 아스퍼거증후군이다. 인지능력에는 손상이 없으나 타인에 대한 이해도와 사회적 능력은 심각하게 훼손된 청소년, 심각한 흉악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에게서 간혹 발견된다. 이런 사회적 기능의 결손이 코로나 시대가 미래세대에 끼치게 되는 종국의 부작용일까 봐 걱정된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부재, 나아가 디지털 세상이 인간에게 유발하는 최대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디 사람과 사람이 시선을 마주치는 시대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수정 ㅣ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