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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종규의 마주보기] ‘열린 편집국’을 꿈꾸며…

등록 2018-10-18 17:53수정 2018-10-18 20:06

이종규
콘텐츠1부문장

<한겨레>에는 ‘열린편집위원회’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열린’ 편집위원회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독자들이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겨레> 논조와 의제 설정의 적절성, 콘텐츠 질을 평가합니다. 편집 방향과 콘텐츠 제작 방식에 대한 의견도 제시합니다. 편집국 일부 간부들도 참여해 사외 위원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입니다. 회의 결과는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최근 새로 꾸려진 7기 열린편집위원회의 첫 회의가 17일 오전 열렸습니다. 첫 회의여서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한겨레> 콘텐츠에 대해 총평을 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평소 회의 때는 대체로 특정 지면이나 이슈를 미리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의견을 나눕니다. 열린편집위원회의 역할이 평가와 제언인지라 첫날부터 쓴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한겨레의 비판은 그다지 아프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겨레는 원래 그런 데니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외부의 비판에 너무 위축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노잼’ 이미지가 강하다. 신문을 보면 ‘늙었다’는 느낌이 든다.”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콘텐츠를 담당하는 편집국 간부들에게 열린편집위원회는 몹시 불편한 자리입니다. 예상치 못한 지적을 받으면 새로운 과제를 떠안은 것 같아 부담스럽고, 이미 알고 있는 문제라면 치부를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하기 싫어서 미뤄둔 숙제를 검사받는 학생의 심정이 꼭 이럴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외부와의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및 시민사회와 담을 쌓은 채,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내부 구성원끼리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콘텐츠를 생산해서는 혁신은커녕 작은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2013년 열린편집위원회를 처음 만들 때의 문제의식도 이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창간 25주년이던 그해, <한겨레>는 새로운 25년의 비전으로 ‘말 거는 한겨레’를 내세웠습니다. ‘외부와의 소통 부족’을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국민주 신문으로서의 ‘소통 유전자’를 되살려내자고 제안했습니다.

“<한겨레>는 국민 참여 방식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언론사다. 사회와 대화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것이다. (중략) 하지만 우리의 언론활동 과정에서 이런 소통의 정신과 원칙은 차츰 잊혀져 갔다.”(‘한겨레 25년, 창간정신의 진화’ 보고서)

이런 고민의 산물이 바로 열린편집위원회였습니다. 독자와 함께 신문을 만드는 ‘열린 편집국’ 실험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30년 전 창간 발기 선언문에서 이미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신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걸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열린 편집국’ 실험에 대한 점수를 매기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독자와 시민사회에 먼저 말을 걸고, 말을 귀담아듣고, 그 말을 콘텐츠에 투영해 나가자’는 다짐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봅니다. 제작 여건상의 현실적인 어려움 못지않게 내부 구성원들의 오랜 관성과 게으름도 한 원인이 아닐까 자문도 해봅니다. 특히 지난해 5월 6기 활동이 끝난 뒤 1년6개월 가까이 열린편집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것은 중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독자들께 사과드립니다.

‘열린 편집국’ 실험은 더디더라도 <한겨레>가 가야 할 길입니다. ‘외부의 목소리’가 넘나들어야 내부 구성원들에게 자극을 주고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린편집위원회가 열린 편집국 실험의 든든한 밑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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