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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종규의 마주보기] 한겨레 수습기자 공채 현장평가를 마치며

등록 2018-08-23 18:14수정 2018-08-23 19:06

이종규
콘텐츠1부문장

지난 주말 <한겨레> 수습기자 공채 2차 시험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수습 공채 평가는 한 번 해본 사람은 두 번 다시 하기 싫어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경력기자를 뽑을 때는 재직 중인 직장에서의 성과와 ‘업계’의 평판 등 자질을 판단할 근거가 비교적 풍부한 편입니다. 반면 수습 공채는 거의 백지 상태에서 능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찾아내야 하기에 훨씬 힘이 듭니다. 한 명을 뽑으려면 그보다 많은 수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한 처지를 생각하면 탈락자를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야 다들 똑같이 간절할 테니까요.

<한겨레> 수습 공채는 세 단계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1차에서는 논술과 작문, 종합교양 시험을 치릅니다. 2차는 현장평가, 3차는 임원 면접입니다. 제가 참여한 현장평가에서는 사흘에 걸쳐 집단토론, 기사 기획서 작성, 현장 취재 및 기사 작성, 실무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지원자들의 자질을 가장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로서는 최적의 인재를 뽑기 위해 불가피한 절차지만, 수험생들 처지에서는 수행해야 할 과제가 많아 피곤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현장 취재를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마지막날 실무면접 시간에 ‘3일간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말해준 수험생이 몇분 계셔서 그나마 위안이 됐습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평가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겨레>가 그래도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열린 채용’입니다. <한겨레>는 꽤 오래 전부터 공정한 평가를 위해 ‘블라인드 채용’ 원칙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평가위원들에게 제공되는 이력서에 지원자의 나이와 학력, 출신 지역은 물론 이름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평가 기간에 학교와 나이 등 개인 신상에 대해 밝혀서도 안 되고 물어서도 안 됩니다. 현장평가 첫날에 지원자들이 처음으로 하는 일이 3일간 사용할 별명을 짓는 것입니다. 6년 전에도 평가위원을 한 적이 있는데, 최종 합격해 입사한 후배를 부를 때 한동안 진짜 이름보다 별명이 더 친근했던 기억이 납니다.

3일간 평가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거듭 들었습니다. ‘내가 20년쯤 늦게 태어나서 요즘 언론사 입사 시험을 봤다면 과연 합격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지원할 엄두조차 못 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눈앞에 있는 수험생 하나하나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능력자들이었으니까요.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그들이 기자가 되기 위해 쏟아온 노력과 열정, 치열하게 쌓아 올린 경험이 한 편의 다큐처럼 펼쳐졌습니다. ‘내가 뭐 그리 잘났다고 이들에게 점수를 매기나’ 하는 자괴감이 밀려 왔습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를 취업 준비 전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실무면접 시간에 한 지원자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가위원님들도 힘드시겠지만, 수험생들도 여기까지 오느라 지친 상태입니다. 면접이 끝나면 수고했다는 의미로 박수 한번 쳐주십시오.”

저를 비롯한 평가위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 쳤습니다. 그 뒤로는 면접이 끝날 때마다 지원자들을 박수로 응원했습니다. 그 지원자보다 면접 순서가 빨라 박수를 못 받은 분들께도 이 지면을 빌려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안타깝게 <한겨레> 구성원이 되지 못한 분들에게도 3일간의 평가 과정이 유익한 경험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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