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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종규의 마주보기] 저도 때로는 ‘한겨레’ 기사가 어렵습니다

등록 2018-07-26 17:48수정 2018-07-26 19:43

이종규
콘텐츠1부문장

<한겨레> 편집국에서는 매일 세 차례 편집회의가 열립니다. 오전 10시에는 그날의 주요 이슈를 점검하고 어떤 기사를 어떻게 쓸지 의견을 나눕니다. 오후 2시에는 오전 토론과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지면계획을 확정하고, 저녁 6시에는 1차 제작된 지면을 놓고 보완할 부분 등을 논의합니다.

편집회의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의견 가운데 하나가 ‘기사 좀 쉽게 써 보자’는 겁니다. 그만큼 <한겨레> 기사가 불친절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에디터들은 비교적 기사를 많이 읽는 축에 듭니다. 지면 제작을 위해 거의 매일 <한겨레>뿐만 아니라 경쟁지의 기사들도 훑어봅니다. 이들이 보기에도 한눈에 이해가 안 된다면 콘텐츠로서 품질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요즘 젊은 독자들이 올드미디어의 뉴스 콘텐츠를 외면하는 이유를 ‘글쓰기 방식’에서 찾기도 합니다. 20~30대는 인터넷·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 환경에 노출돼 디지털 문법에 익숙합니다. 주로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세상 소식을 접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2030 세대는 다양한 뉴미디어를 통해 나름의 방식으로 정보를 얻습니다.

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소비하는 뉴미디어 콘텐츠는 감각적이고 친절합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습니다. 스낵컬처(과자를 먹듯이 짧은 시간에 즐기는 문화 콘텐츠)처럼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뉴스 콘텐츠도 많습니다. 페이스북·유튜브 기반의 1인 미디어 ‘쥐픽쳐스’가 대표적입니다. 시사 이슈를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쥐픽쳐스 콘텐츠의 가장 큰 미덕은 해당 이슈를 잘 모르던 사람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리해준다는 점입니다. 특히 ‘십말이초’(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연령대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범근 대표는 지난해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실제로 내가 시청자라고 생각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이 영상을 보면 뭘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종이신문은 어렵고 불친절합니다. 상당수 기자들은 ‘내가 알고 있으므로 독자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공급자 마인드’입니다. 그렇다 보니, 해당 이슈를 다룬 이전 기사를 못 본 독자들은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이나 쓸 법한 어려운 용어를 아무 설명 없이 기사에 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스마트폰만 켜면 온갖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처럼 불친절한 기사를 참을성 있게 읽어줄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두어달 전 페이스북을 하다 저장해둔 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미디어 창업을 돕는 기업인 메디아티의 박상현 이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그는 “20대들에게 방송 뉴스 리뷰를 시켰더니 상당수가 내용을 몰라서 네이버 검색을 하면서 보더라”며 “맨날 뉴스만 들여다보는 골수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기사를 쓰면서 독자 증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습니다.

물론 콘텐츠 혁신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한겨레>의 경우, 2012년부터 토요판에 지나간 뉴스의 맥락을 되짚어주는 ‘친절한 기자들’이라는 고정물을 실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평일 지면에도 복잡한 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는 ‘더 친절한 기자들’이라는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친절해 보려고 작심한’ 기사를 빼면 여전히 어렵고 딱딱한 기사가 많습니다. 독자들이 <한겨레>의 모든 기자들을 ‘친절한 기자’로 평가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봅니다.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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