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지성팀 선임기자 대선을 앞두고 각계 인사들의 후보별 지지 선언이 줄을 잇는다. 지역별, 직능별로 모여서 뜻을 밝히는가 하면, 유명인의 특정 후보 지지는 그 자체로 뉴스가 되기도 한다. 에스엔에스에서는 특정 후보 지지와 반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기 일쑤다. 투표를 앞두고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에게는 이런 지지 선언과 의사 표명이 요긴한 정보 구실을 할 수도 있겠다. 3일 문인 423명이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다른 후보에 대한 문인들의 집단적 지지 의사 표명은 아직 없다. 개별적으로는 심상정 후보나 안철수 후보 지지 뜻을 밝힌 이들도 있고, 유승민이나 홍준표 또는 여타 후보를 지지하는 문인도 없지 않을 것이다. 특정 후보 지지 뜻을 굳혔지만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지 선언이 자유이듯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것 역시 엄연한 시민적 자유와 권리로 존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다른 분야와 달리 문인들의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에는 논란과 시비가 따르기도 한다. 이번 문재인 지지 선언을 둘러싸고도 뒷말이 없지 않았다. 세 과시와 편가르기라는 지적에서부터 자유와 독립이라는 문학의 핵심 가치와 현실 정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에 이르기까지. 어떤 이들은 순수해야 할 문학이 정치에 ‘오염’되는 사태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학인이라고 해서 정치 참여의 권리와 의무에서 자유로운 존재는 아니다. 문학이 정치를 포함한 현실과 멀리 떨어져 존재하는 허공의 예술이 아니며, 문인 역시 시민으로서 정치적 의사를 표하거나 활동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겠기 때문이다. 아니, 문인이기에 더욱 민감한 촉수를 현실에 드리우고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에게 시인 운운하며 내 정치적 발언에 대해 염려를 넘어 충고하시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고한다. 난 시인이기에 격하게 현실에 반응하고 참여하는 것이다. 시인은 수수방관하는 자가 아니다. 차라리 붓을 꺾을지언정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 문재인 지지 선언에도 참여한 이재무 시인이 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런 태도를 정치적 타락으로 타매해서는 곤란하다. 이른바 순수문학을 내세웠던 이들이 오히려 나쁜 의미의 정치에 몰두했던 경우는 한국 문학사에서 드물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987년 초 박종철 고문사로 촉발된 직선제 개헌 민심을 외면하고 대통령 간접선거를 규정한 헌법을 지지하는 ‘호헌 선언’을 한 문인 단체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문인이자 시민으로서 책임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발언하며 행동하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가수 전인권과 작가 임경선의 안철수 지지 표명 뒤 두 사람에게 불만과 항의를 표함은 물론 협박하는 사례까지 있었다는 소식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3일 문재인 지지 선언 자리에서 황지우 시인은 “태극기집회에서 목격한 우리 사회 파시즘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뜻을 이번 선언에 담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지지 선언문에는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분노와 저항 의지 역시 담겼다. 그가 문인이든 음악인이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은 온전히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속한다. 그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겁박이야말로 또 다른 블랙리스트요 파시즘의 징후라 할 것이다. 블랙리스트나 파시즘이 나와 무관하다는 맹신은 위험하다. 몰상식과 적폐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성찰에도 엄중해야 한다.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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