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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여성 미 국무부 장관

등록 2016-02-12 19:25수정 2016-02-12 22:07

[토요판] 정희진의 어떤 메모

<매들린 올브라이트-마담 세크러터리>
매들린 올브라이트 지음, 노은정, 박미영(1권)
백영미, 김승욱, 이원경(2권) 옮김, 황금가지, 2003
정병준의 역작 <한국전쟁>(2006)에는 개전 당시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 개입을 ‘경찰 활동(police action)’으로 명명한 내용이 나온다. 미국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지구를 포괄하는 세계의 경찰이므로 남의 나라 일도 국내 업무라는 것이다. 우리가 하루에 한번 이상 듣는 단어, ‘미 국무부(Department of State)’.

한국의 행정부 장관은 모두 국무(國務)를 본다. 국무위원이다. 이와 달리 미국 국무부의 역할은 일반 국가의 외교부와 비슷하다. 대외 관계, 조약에 관한 협상, 전 재외공관 지휘, 국제경제정책 등을 담당한다. 나는 전 세계인들이 미국의 힘을 일상적으로 자각하기 위해서 ‘국무부’라는 단어에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국사(國史)가 없다. 그들의 국사는 침략 혹은 개입의 대외정책사, 곧 세계사다. 미국은 9·11 이후에야 국토방위부(Dep. of Homeland Security)가 생겼다. 건국 이래 본토가 전쟁터가 된 적이 없었다. 전 지구가 사정거리인 미사일을 가진 나라에서 자국 영토 개념인 국가안보는 우리네와 의미가 다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테러’는 정의의 전쟁이고 남들의 ‘전쟁’은 테러라고 생각한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은 번역 없이 이해하기 어렵다. 유일 초강국이 된 당대 이전까지 미국의 외교 노선은 ‘고립주의’(민주당)와 ‘개입주의’(공화당)라는 두 가지 원칙 사이를 오갔다. 이 단어들, 이상하지 않은가? 여기서 고립은 북한의 고립과 다르다. 미국의 고립은 남의 나라 일에 간섭이든 중재든 침략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의미고, 개입은 그 반대다. 요즘은 다 개입이다. 소말리아 내전에 대한 인도적 중재도, 이라크 침공도 모두 개입이다.

‘패권은총(hegemonic benevolence)’이라는 말도 있다. 남북한을 포함해 약소국의 지도자들은 미국의 관심을 끌려고 총력을 다한다. 미국의 ‘사랑’에 따라 패권은총국가, 패권관심국가, 패권소외국가로 나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약소국을 지배, 착취하는 나라가 아니라 역할과 책임으로 ‘인류 평화’를 짐 진 나라다. 위에 적은 이 모든 문제를 미국 국무부가 담당한다. 그리고 건국 이후 207년이 지난 1997년, 최초로 여성이 이 부서의 수장이 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여성 장관, “마담 세크러터리”가 탄생한 것이다.

어떻게 서평을 써야 할지 감당이 안 되는 책이 있다. 내겐 이 책이 그런 경우다. 겨우 ‘여성, 국제정치, 장면들’ 세 파트로 나누어 보았다. 1)올브라이트의 전남편은 출장으로 녹초가 되어 귀가한 아내에게 느닷없이 “너보다 더 젊고 예쁜 여자랑 살 거야”라며 이혼을 통보한다. 전업주부에서 시작된 늦은(서른아홉) 직장생활, 세 자녀를 키우는 싱글맘, 유복했지만 체코 이민가의 유대인이라는 개인사. 이 부분만으로도 여성 독자들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2)‘울트라 마초(hyper masculinity)’들이 판치는 국제 정치라는 ‘무대’. 3)무수한 외교 실화들. 중동, 코소보, 보스니아, 미얀마, 나토와 미국 사이의 무/질서. 밀로셰비치를 만나기 싫은 심정, 김대중과 김정일에 대한 묘사….

정희진 평화학 연구자
정희진 평화학 연구자
우리는 모두 세계 정치의 행위자지만 상황은 다르다. 주연이냐 단역이냐가 아니라 결과(대개는 피해)가 다르다. 그러므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416쪽(1권), 450쪽(2권)에 이르는 이 책은 놓칠 수 없는 정보와 영화 같은 세계로 가득하다. 대개 국제정치가들은 “세계를 누비는” 자신의 일을 ‘하이 폴리틱스(high politics)’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동의하지 않지만 그 경험이 특정 국가나 인종에게 국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녀들이여 야망을”. 여성들이 읽었으면 한다. 물론 페미니스트 국무장관이라도 한반도 인식은 자국의 이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 이런 말이 사족이다.

정희진 평화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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