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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재봉의 문학으로] 작가들이 사랑하는 책과 작가는?

등록 2016-01-28 19:46수정 2016-01-28 21:51

<뉴욕 타임스> 일요판 북섹션에는 ‘바이더북’(By the Book)이라는 꼭지가 있다.

‘책에 의한’ 정도로 새길 수 있을 이 난은 유명 작가들에게 책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싣는다. ‘지금 침대 머리맡에 있는 책은?’ ‘대통령에게 권할 책 한권을 고른다면?’ 같은 공통 질문이 섞인 이 인터뷰는 책을 매개로 작가의 생각과 문학세계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시나 소설 또는 평론을 쓰는 문인들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자나 자연과학자, 더 나아가 가수와 배우 같은 대중예술가도 초대된다.

최근 번역 출간된 <작가의 책>은 바로 이 꼭지에 등장한 인터뷰 가운데 55건을 추린 책이다. 알랭 드 보통, 이언 매큐언, 이사벨 아옌데, 이창래, 줌파 라히리, 조앤 롤링, 리처드 도킨스 등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작가가 즐비하다.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이 우선 궁금하다. 가수 스팅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총, 균, 쇠>의 지은이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같은 고전을 꼽았다. 현대의 고전이라 할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든 이(조앤 롤링)가 있는가 하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나 <섹스 가이드> 같은 뜻밖의 추천서도 보인다. 그런 가운데 <조이럭 클럽>의 작가 에이미 탄의 대답은 단호하다. “저는 절대로 누구에게든 어떤 책도 읽으라고 요구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우리의 개인적인 이유들로 어떤 책을 고르는 행위-에 반하는 행동 같아요. 제 책이 필독서에 들어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진저리를 칩니다.”

권하는 책이 있으면 말리는 책과 작가도 있는 법. ‘과대평가된 책’에 대한 답도 흥미롭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도나 타트, 리처드 포드, 이언 매큐언, 엘리자베스 길버트 같은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찍혔다. 반면 조이스 캐럴 오츠, 마이클 셰이본 등은 같은 작품을 높이 평가해 대조를 보였다. <연을 쫓는 아이>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프랜신 프로즈는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법정 스릴러 작가 존 그리셤은 스티그 라르손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자유>의 작가 조너선 프랜즌은 쿤데라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비추’로 꼽았다. 도나 타트는 헤밍웨이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답했는데, <가아프가 본 세상>의 작가 존 어빙은 한술 더 떠 “헤밍웨이의 모든 책”이 신통치 않다고 했다. 물론 “헤밍웨이와 벨로와 스타이런과 업다이크를 사랑해왔다”고 말한 이창래처럼 헤밍웨이의 편을 드는 작가도 있다.

작가들이 만나고 싶은 작가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이 나온 이는 단연 셰익스피어였다. 이언 매큐언, 조앤 롤링, 리처드 도킨스, 스팅이 셰익스피어를 보고 싶어했다. 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1월17일치에 등장한 빌 브라이슨 역시 가장 최근에 읽은 위대한 책으로 셰익스피어 희곡들을 들었다. 이사벨 아옌데는 마크 트웨인을, 에이미 탄은 에밀리 디킨슨을, 조너선 프랜즌은 카프카를,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를 택했다.

최재봉 책지성팀 선임기자
최재봉 책지성팀 선임기자
작가 대부분이 미국인이며 그들이 꼽는 작가와 작품도 영미문학에 치우쳤다는 점이 아쉽지만, 책을 매개로 맺어진 작가들의 소우주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 작가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현대문학> 1월호에 김경주 김민정 백수린 손보미 오한기 정용준 등 젊은 문인 20명이 참여한 ‘블라인드 앙케트’ 특집이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듯싶다.

최재봉 책지성팀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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