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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마지막 사랑을 위하여

등록 2015-05-13 18:34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사는 데 꼭 필요한 건 밥, 똥, 사랑, 자유. 밥과 똥은 몸에, 사랑과 자유는 영혼에 관여한다. 매일 이 네 가지를 점검한다. 오늘 하루 몸과 마음 모두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었는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때에도 “몸맘 두루 강건 평화하시길” 빈다. 티베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그렇다. 걱정할 시간에 그냥 푹 쉬거나 아주 작은 무언가 하는 게 낫다. 언제부터인가 개인으로서의 내 삶에 대해선 바라는 것이 없어진 느낌이다. 바라는 것이 없어서 행복하다. 다만 주어진 매일에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몸의 상태를 잘 보살피고, 옆 사람과 정성을 다해 만나려고 노력할 뿐. 붓다나 달라이 라마는 한결같이 타인에게 친절하라고 말한다. 예전에 나는 이런 말이 의아했다. 고독의 정점으로 자신을 밀고 가 완전히 자유로워진 사람들이 왜 이구동성으로 ‘타인에게 친절하라’고 하는지. 이젠 알 것도 같다. ‘동체대비’, ‘자리이타’의 마음으로 살면 세상이 평화롭다. 진심을 다해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 그만한 수행이 없다. 살아 있는가, 나는? 매일 묻는다. 살아 있는 존재답게 살아야 한다. 행복하겠다. 사랑하겠다. 죽는 순간까지. 내 눈 속에 마지막 하늘빛이 들어오는 순간까지. <숫타니파타>의 145번 게송을 간곡하게 읊조려보는 날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펜을 들어 꼭꼭 눌러쓰며 덧붙인다. 눈에 밟히는 억울한 주검들까지 다 살아 있으라. 끝끝내.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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