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손병휘의 새 앨범 <꺾이지 않기 위하여>를 듣는다. 보통은 ‘운동권 가수’ 규정을 피하고자 하건만 그는 이 정체성을 기꺼이 껴안고 20년 넘게 ‘민중가수’로 살았다. 호소력 짙은 미성에 깃든 맑은 힘이 여전한 그의 새 노래들을 듣다가 생각한다. 이렇게 섬세하고 여린 서정성으로 오늘에 이르는 동안 마음에 비 들이치는 일들 많았겠다. ‘민중과 함께/민중을 위한 노래’를 예술윤리로 삼고 살아온 이 귀한 가수들이 이제 좀 자유롭고 편해졌으면 좋겠다. 그들 대부분은 공연료는커녕 교통비나 받으면 다행인 ‘공짜’ 공연을 ‘함께 사는 좋은 세상’에의 순수한 열망 하나로 감당해왔을 확률이 높다. 안타깝게도 ‘투쟁현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태도는 참 변하지 않는다. 연대를 요청하면 기꺼이 달려가는 가수, 화가, 춤꾼, 시인들이 여전히 있지만, 그들의 귀한 마음을 단지 ‘소비하는’ 현장을 너무 많이 보았다. 예술을 집회 분위기 띄우는 액세서리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을 비롯해 노래하고 물 한 병 건네받지 못한 채 씁쓸히 귀가하는 가수들도 보았다. 부르면 와주는 게 대의에 부합한다고 여기는 현장이 있다면 간곡히 부탁한다. 정의로운 세상을 꿈꿀수록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에 정성을 들여야 하고 연대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세상 아픈 곳들에 함께해온 가수의 새 노래가 나왔을 때 그동안 연대해왔던 곳들에서 그의 노래를 가장 먼저 반기고 아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낮은 땅의 사람들은 심장을 맞댄 감동의 힘으로 전진한다.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