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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타협, 이라는 말

등록 2015-05-06 19:17수정 2015-05-06 19:17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주로 정치판에서 상용되는 절충과 타협이라는 말이 어느 틈에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는 것을 본다. 타락은 타협으로, 비굴은 절충이라는 말로 손쉽게 포장된 그 판의 ‘애용어’가 사회도처로 번지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심지어 이 말들은 상생이니 통섭이니 하는 모호하고 ‘있어 보이는’ 말로 미화되어 쓰이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과도한 극단적 이분법의 난무는 경계해야 하지만, 이분법의 대안이 절충이라고 부추겨지는 사회는 수상하다. 핵심이 빠진 절충이나 어설픈 타협 타령엔 힘 가진 자의 덫이 숨겨져 있기 십상이니까. 겉만 번지르르한 타협의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면 사회 구성원의 인문학적 사유가 성숙해져야 한다.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깊어지면 ‘양아치 정치판’에 부화뇌동하지 않을 수 있는 내적 힘이 생긴다. 정치권력은 인문학적 성찰 수준이 높은 국민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권력에 순응하는 삶을 ‘국민됨’이라 조장하며 채찍과 떡고물을 함께 사용한다. 정치와 자본 권력에 내 삶이 휘둘리지 않으려면 질문과 성찰의 능력이 필요하다. 인문학은 절충/타협과 거리가 멀다. 문학은 질문하는 철학과 함께 모험하는 것이지, 절충과 타협이라는 말로 오염된 일상에 투항하는 것이 아니다. 절충과 타협은 반(反)예술적이고 반철학적이며 반인문학적인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봉착한 위태로움은 흔히 말하는 타협과 절충을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비타협적인 성찰의 힘이 모자라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닐까.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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