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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성공신화, 라는 말

등록 2015-05-05 18:45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흔히 ‘성공신화’라는 말을 쓰는데 들을 때마다 갸우뚱한다. 성공이란 말이 하필 신화라는 말과 결합한 이유가 뭘까.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라는 말이 있듯이, 신화는 흔히 현실의 은폐 도구로 사용된다. 어떤 인간의 삶도 그것이 비록 성인의 삶일지라도 신화화되면 진실의 적이 되기 쉽다. 부풀려지고 윤색되는 덫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삶이 성공한 것인지 아닌지는 오직 그 자신밖에는 판단할 수 없다. 성공의 사전 뜻은 ‘목적한 바를 이룸’이다. 행복, 사랑, 자유, 평화 등 삶의 목적이 될 만한 가치들은 그간의 인류사를 통해 충분히 증명되었다. 이 가치들은 긴밀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사랑과 자유의 성취는 행복과 길항하고 평화와도 손잡는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성공은 부와 권력에 과도하게 편향되어 있다. 삶의 목적이 되기엔 너무나 비루한 이런 가치에 ‘성공’이라는 말을 붙여놓으니 그 말을 보완하기 위해 ‘신화’라는 거품이 다시 필요하게 된다. 부도 명예도 권력도 내가 살고 싶은 행복한 삶을 위한 뗏목일 뿐이지 않은가.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 강 건넌 뒤에도 뗏목을 끌고 산으로 들로 다니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큰 부자들이 정말 행복한 삶을 사는 경우를 거의 본 적 없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행복을 위해 강 건너로 뚜벅뚜벅 가야 할 사람들이 뗏목에 집착해 뗏목을 잔뜩 모아 쌓아둔 강변에서 평생 못 벗어나는 형국이야말로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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