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가끔 바틀비의 이 말을 중얼거린다. 그러곤 관 속에 들어가듯 침대로 들어가 아주 많이 잔다. 이것은 서른 살 이후 여태껏 내가 사용하는 가장 유용한 자가치료 방법이다. 요즘이야 허먼 멜빌의 <백경>이 고전이 되었지만 멜빌이 살았을 때 <백경>은 초판이 간신히 팔린 소설이었다. <필경사 바틀비>도 멜빌이 빵을 구하기 위해 잡지사에 사정해 싣게 된 단편이다. 월스트리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각종 법률문서를 베껴 쓰는 일을 하던 성실한 바틀비가 어느 날 갑자기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돌변한다. 결국 변호사는 바틀비를 해고하는데, 바틀비는 해고 통보마저 인정하지 않고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는 자세로 일관하며 책상에서 꼼짝하지 않다가 구치소에 갇혀 굶어죽는다. 구치소에서 주는 식사에 대해서 “안 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토록 성실하던 바틀비는 왜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속으로 온몸을 던진 걸까. 소극적 저항으로 보이는 바틀비의 최후는 ‘인간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일까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이게 사는 거냐?’라는 유행어가 돌아다니는 시절이다. “국민,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라는 자조도 절로 나온다. 하지만 조심하자. 행위 없는 자조와 한탄의 반복은 마음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해야 하니까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진짜 ‘안 해버리는’, 소심하지만 온몸이었던 ‘바틀비적 용기’에 대해 생각하는 5월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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