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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특별하지 않은 바로 너

등록 2015-04-29 18:46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사람들은 흔히 내 자식이 특별하길 원한다. 내 아이에게 넌 특별하다고 부추기고 칭찬하는 게 ‘교육적으로’ 좋다고 여기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오래전 잠시 중국에 머물 때, 식당이나 공연장 등에서 조부모를 하인 부리듯 하는 ‘소아황제’들을 많이 봤다. 한족에게 적용되던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집안 모두에게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온 아이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의 성정이 극심했다. 내 자식이 특별하길 바라는 건 성숙하지 못한 부모의 병이다. 너는 특별한 아이라고 쓸데없이 칭찬하며 키우면 아이가 더 많이 행복할까. 뭔가를 더 잘하고 싶은 이유가 특별한 존재라는 칭찬을 받기 위해서일 때, 그 아이는 불행해질 확률이 높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착각)이 성취로 이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특별하지 않아도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그 아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생명 그 자체가 본래 사랑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행복감이야말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자 충만이다. 특별하기는커녕 내가 평균보다 못나도 언제나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부모가 있다는 믿음을 가진 아이들이 어여쁘게 성장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저마다 고유한 우주인 것이고, 우리는 저마다의 고유성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것. 고유한 우주와 고유한 우주가 만나 서로의 고유성을 무한지지하고 아껴주는 것이 사랑의 가장 ‘특별한’ 힘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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