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화감독 박성미씨가 ‘희망버스’를 경험한 뒤 조근조근 풀어 쓴 책 <선한 분노>를 읽었다. 이삼십대 청년들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목마른 여기, 이런 이야기가 너무나 반갑고 고맙다. 소풍 바구니처럼 책을 들고 가까운 카페까지 걸어가는 동안 ‘사람들아, 여기 이런 책이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기분. 테라스 테이블 위에 제목이 잘 보이게 책을 올려놓고 햇빛바라기를 했다. 4월의 햇살과 바람 속에 먹먹하지만 해맑은 ‘선한 분노’. 커피를 가져다준 카페 주인의 시선이 책에 머물고, 나는 책을 열어 목차를 보여주었다. 내가 가끔 마음에 드는 신간을 들고 자발적 홍보대사 포즈로 책을 읽다 오는 그 카페의 주인은 4월 내내 노란 리본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일상에서도 연결된 선한 분노의 힘, 그것의 바탕은 사랑.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아는 게 사랑”이라고, “사랑을 돈의 위로 올려놓는 것이 혁명”이라고, 돈 때문에 자존감 잃어가는 동세대 청년들에게 ‘친구야, 우리 용기 좀 내 보자’라며 팔짱 껴오는 살가움에 빙그레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함께 살자’고, 사랑하며 재미지게 함께 살아보자고 재잘거리는 이 발랄한 선동이 바로 ‘다른 삶’의 가능성이다. 이타적인 경험을 통해 스스로 더욱 당차고 깊고 발랄해진 이런 이야기들이 세상에 점점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포기할 수 없는 ‘꿈과 사랑의 감각’을 더 많이 더 자주 이야기하자.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