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복사꽃, 자두꽃, 앵두꽃이 활짝 피어 살뜰히 흔들리고 사과나무 잎눈에 물오르면 텃밭 이랑을 따라 딸기 모종을 심던 옛 기억이 난다. 모종이 뿌리를 내리면 곧 뽀얗게 흰 딸기꽃이 딸기향을 솔솔 뿌리며 피고 애기딸기가 열려 무르익으면 5, 6월이니 딸기는 늦봄에서 초여름이 제철인 과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딸기가 한겨울에 제철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비닐하우스 딸기 출하가 겨울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영양수액으로 수경재배하는 딸기를 ‘제철 딸기’라 부르는 게 왜 이리 섭섭할까. ‘제철 과일’이란 땅, 물, 햇빛, 바람 속에서 제 온몸으로 열심히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은 대견한 열매를 일컫는 말이다. 식물로 태어나 땅에 뿌리 한번 내려 보지 못한 채 링거 맞듯 주입되는 수액으로 자라는 딸기는 딸기의 입장에서도 서글프지 싶다. 비닐하우스 양액재배 농가에 흠되라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다만 그건 그냥 ‘하우스 딸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제철 먹거리’를 강조하는 것은 자연의 건강한 순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자각하는 일이다. 야생화와 온실재배 꽃의 생명력이 같을 수 없듯이 제철 과일과 하우스 과일의 건강함이 같을 수 없다. 초록잎과 붉은 딸기와 고동빛 흙이 뒤섞인 딸기밭의 물큰한 흙냄새는 그냥 흙냄새라고 쓰기보다 ‘땅냄새’라고 써야 어울린다. 살랑살랑 초여름 바람 불어올 때 비틀스의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를 들으며 생명감 가득한 딸기밭으로 소풍 가고 싶다.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