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팽목항을 오가며 기도해온 미황사 금강 스님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혜통 스님 출가 일화를 빌려 세월호 부모 심정을 이야기한 것을 기억한다. 한 소년이 시냇가에서 놀다가 어미 수달 한 마리를 죽이고 뼈를 버렸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뼈가 사라졌다. 핏자국을 따라가 보니 수달의 뼈가 예전에 살던 굴로 돌아가 새끼 다섯 마리를 품고 있더란다…. 이런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 부모들이 꼬박 일년을 거리와 광장에서 보내고 지금 다시 삭발과 행진을 하고 있다. 세월호 얘기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사람들이 있음을 안다. 하지만 여태 진상 규명의 첫발조차 떼지 못한 이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에 대해 불편한 태도를 보이는 분들께 전해드린다. “내겐 발목을 적시는 불편함에 불과한 물이 누군가에겐 턱밑을 치받는 물이라면 내 불편함 정도는 견뎌주는 게 사람이다. 그래야 내 턱밑까지 물이 찼을 때 누군가 자신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나를 구해준다. 그러라고 사람은 함께 사는 것이다.”(이명수, <그래야 사람이다> 중) 그렇지 않은가.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아이가 세월호 지겹다는 바로 당신의 아이일 수 있고 당신 자신일 수도 있다. 사람이면 마땅히 가져야 할 ‘사람됨’에 대해 생각하자. ‘그러라고 사람은 함께 사는 것이다!’ 세월호 인양과 철저한 진상규명은 희생자 유가족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세월호 이후 이 땅에서 ‘안전한 사회’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그것은 세월호에서 희생된 사람들 때문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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