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시작되면서 내 머릿속에 자주 떠오르는 시는 김종삼의 것이다. “1947년 봄/ 심야(深夜)/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민간인’ 전문) 1971년에 발표된 이 시는 한국전쟁의 비극에 연결되는데, 이토록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여기도 다른 이름의 전쟁터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들을 삼킨 곳. 저 바다가 아직 저기 있고 그 배가 아직 물 밑에 있다. 다시, 김종삼의 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전문) 그렇다. 평범한 이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단언컨대 여기 이 나라는 정부 관료, 정치인, 자본가들만 정신 차리면 희망이 있다. 4월의 시편들 뒤에 추신을 적는다. “순수함은 더러움을 응시하는 힘이다”(시몬 베유). 그렇다, 그렇게, 지켜볼 것이다. 수많은 생생한 시민시인들과 함께.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