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4월의 시

등록 2015-04-14 19:38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4월이 시작되면서 내 머릿속에 자주 떠오르는 시는 김종삼의 것이다. “1947년 봄/ 심야(深夜)/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민간인’ 전문) 1971년에 발표된 이 시는 한국전쟁의 비극에 연결되는데, 이토록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여기도 다른 이름의 전쟁터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들을 삼킨 곳. 저 바다가 아직 저기 있고 그 배가 아직 물 밑에 있다. 다시, 김종삼의 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전문) 그렇다. 평범한 이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단언컨대 여기 이 나라는 정부 관료, 정치인, 자본가들만 정신 차리면 희망이 있다. 4월의 시편들 뒤에 추신을 적는다. “순수함은 더러움을 응시하는 힘이다”(시몬 베유). 그렇다, 그렇게, 지켜볼 것이다. 수많은 생생한 시민시인들과 함께.

김선우 시인·소설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도사·목사와 내란 [한승훈 칼럼] 1.

도사·목사와 내란 [한승훈 칼럼]

가스 말고, ‘공공풍력’ 하자 [한겨레 프리즘] 2.

가스 말고, ‘공공풍력’ 하자 [한겨레 프리즘]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3.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4.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차기 정부 성공의 조건 [세상읽기] 5.

차기 정부 성공의 조건 [세상읽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