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캐릭터로 사랑받는 <서유기>는 당나라 승려 현장의 인도구법여행기이자 견문록인 <대당서역기>를 기초로 ‘이야기’의 재미를 극대화한 장편소설이다. 영생을 얻기 위해 방랑하던 손오공이 수보리조사를 만나 여러 신통술을 배우고 천상세계를 어지럽히다가 석가여래에게 잡혀 오행산 아래 짓눌리게 되는데, 현장삼장을 만나 함께 인도로 불경을 가지러 가게 된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어리석음, 탐욕, 성냄의 마음을 상징하니 서유기의 큰 맥락은 결국 ‘마음 다스리기’ 여정인 셈이다. 여기에 매우 흥미로운 곳이 나온다. 바로 ‘통천하’다. 통천하는 아무것도 뜨지 못하는 드넓은 강이다. 새 깃털도 뜨지 못하고 심지어 그림자조차 가라앉아버린다. 당연히 어떤 배도 띄울 수 없는데다 요괴까지 살고 있다. 그러나 불경을 구하러 가기 위해서는 그 강을 꼭 건너야만 한다. 일행은 요괴를 물리치지만 건널 배를 구하지 못해 허둥댄다. 그런데 통천하에 사는 요괴가 잡아먹은 사람들 중에 인도로 가던 구법승들이 많았다. 모든 것이 가라앉는 그 강에 스님들의 해골만은 가라앉지 않았기에, 그 해골들로 배를 만들어 타고 일행은 강을 건넌다. 역사는 구법여행에서 성공하고 돌아온 현장의 쾌거만을 기록하지만, 문학이 된 구법기는 이처럼 한 사람의 성공 뒤에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해골배’로 깨알같이 드러낸다. 인간의 역사 어디쯤을 살아가건 지금 살아 있는 우리는 모두 해골을 탄 존재들 아닐까.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