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시골살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살 곳을 구할 때 겪는 애로사항 중 하나가 축사라고 한다. 공해 덜한 쾌적한 환경을 위해 귀촌을 꿈꾸는데, 축사가 일종의 암초이기 때문이다. 밀집형 공장식 사육을 하는 축사 근처는 악취와 벌레, 수질오염이 심각하다. ‘가축공장’이라 할 축사의 좁은 케이지 속에 부리와 발톱이 잘린 채 평생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성장촉진제 및 각종 항생제 사료들로 ‘키워지는(!)’ 닭들을 한번이라도 본다면, ‘닭고기 한 점’을 아무 생각 없이 먹기 힘들다. 육식에 대한 탐닉에 윤리적 성찰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집단 사육되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동물도 타고난 저마다의 본성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죽을 수 있어야 한다. 구제역 파동을 겪으며 ‘살처분’이라는 말의 폭력성과 병에 걸리지 않은 동물까지 집단 매장당하는 광경을 목도하며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심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몽골 초원에서 양을 잡을 땐 한 사람이 뒤에서 양을 꼭 껴안고 또 한 사람은 앞발을 잡고 양에게 작별의 기도를 한 뒤 가장 고통이 덜하게 즉사시킨다. 뭇 생명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질 때 인간의 생명도 함께 남루해진다. 축산업이 그저 ‘고기’를 생산하는 산업이고 축사가 동물을 사육하는 ‘공장’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한 일이다. 사람과 더불어 존재하던 ‘농장’과 공장식 ‘축사’ 사이, ‘기르기’와 ‘사육’ 사이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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