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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음악인 바렌보임 1

등록 2015-03-23 18:53수정 2015-03-23 18:53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다니엘 바렌보임은 이스라엘 국적의 유대인이다. 그가 팔레스타인 출신의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주변 아랍국가 출신 청년 연주자들로 구성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만든 것이 1999년이었다. 바렌보임과 사이드의 우정은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면 고통을 치유할 수 없다’는 인문학적 성찰로 깊어져 예술 실천으로 옮겨졌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나치의 집단수용소 부헨발트 근처에서 첫 연주회를 한 이후 2005년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기적 같은 공연을 열기까지의 과정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한 답변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존 최정상의 음악인이 자신의 예술언어를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지상의 아픈 심장에 포개놓는 과정이었다. 지성과 감성의 총체적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바렌보임의 음악 여정은 흔히 문학만, 음악만, 그림만, 연기만 하는 예술인이 순수하다는 식의 편협한 예술 이해 폭을 훌쩍 넘어선다. ‘폼나게’ 만들어놓은 자리에 마에스트로로 강림한 지휘자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당대 가장 날선 분쟁지역에 평화의 씨앗을 심기 위해 동분서주한 그가 팔레스타인 명예시민권을 받아들인 것은 약자에 대한 연대와 우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이스라엘 사람이면서 동시에 팔레스타인 사람임을 자처했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니엘 바렌보임은 말한다.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음악이야말로 화해의 시작이다”라고.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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