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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검색보다 사색

등록 2015-03-22 18:50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잠깐만, 네이버한테 물어볼게요.” 이런 말이 일상이 된 사회는 불량하지 않은가. 모르면 찾고 연구하는 과정이 응당 필요한데, 도서관 장서실을 누비며 시간 속에서 캐내어지던 지식은 이제 초간편 인터넷 검색으로 대체되었다. 책과 시간의 아날로그 만남 속에 풍성해지던 ‘자기 지식’은 어느덧 점점 엷어지고, 초스피드로 화면에 불러놓은 ‘남의 지식(정보들)’을 일별해 외우거나 긁어 붙여 자기 생각인 양 리포트도 쓴다. 시간 속에 무르익게 해 체화하는 지식이라야 자기 사유가 되는 법인데, 언제 어디서건 인터넷에 물어보는 ‘검색만능주의’는 생각하는 힘을 죽이는 중요한 원인이다. 검색해 편집한 지식이 자기 지식인 양 착각하고 심지어 그것이 자기 사유인 양 착각하면서 인터넷세대는 점점 사유의 힘을 잃어간다.(설상가상, 검색한 지식의 절반 이상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은 이 부박한 자본주의시대에 대항할 힘이 없는 부박한 개인들을 양산한다. 사유능력이 사라진 개인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자각하기 어렵다. “오늘 당장 인터넷, 스마트폰을 끊는 사고를 쳐보자”(<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중)는 권유가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도 한번뿐인 생을 헛것인 정보검색 속에 낭비하는 게 아깝기 때문일 터.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 중 중요한 것이 자기 사유의 회복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픈 진지한 사색의 힘은 ‘사랑의 능력’, ‘행복의 감각’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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