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오에 겐자부로와 그의 장애인 아들 이야기는 세간에 퍽 알려져 있다. 아들 히카리는 겐자부로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자신의 재능을 살린 실내악 작곡가가 된다. 하지만 그의 장애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나이 들수록 본래 가진 지적장애에 시각장애와 뇌전증(간질)이 더해지고 다리에도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산책을 겸한 보행 훈련을 하는데 히카리가 돌에 걸려 넘어졌다. 겐자부로도 히카리도 모두 놀라고 당황한 상황, 이때 한 부인이 달려와 괜찮냐고 물으며 히카리의 어깨를 잡았다. 그 순간 겐자부로는 부인을 강하게 제지하며 ‘우리를 그냥 놔두라’고 한다. 히카리는 낯선 사람이 자기 몸을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부인은 자신의 호의를 차갑게 거절한 이들에게 화를 내며 가버렸다. 그때 또 한 사람이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소녀가 오에 부자와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겐자부로에게 보였다. 그것은 ‘내가 여기서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어딘가 연락이 필요하면 말해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잠시 후 진정한 히카리는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했다. 소녀는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오에 부자에게 살짝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서. 겐자부로는 “그 소녀의 미소 띤 인사를 잊지 못한다”라고 산문집 <말의 정의>에 썼다. 부인도 소녀도 모두 ‘선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다. 그 행동의 바탕을 이루는 ‘마음’, 역지사지해보는 주의 깊은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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