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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

등록 2015-03-10 18:48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괴테의 첫 소설은 스물다섯살에 출간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고 마지막 소설은 <파우스트>다. 첫 소설 이후 20년이 지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그로부터 다시 25년이 지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를, 그로부터 다시 11년이 지나 <파우스트>를 완성한다. 여든세살이 되는 해에 파우스트 2부를 완성하고 죽음을 맞은 괴테는 평생에 걸쳐 창조력의 소진 없이 걸작을 써내는 저력을 보여준다. 사실 괴테는 첫 소설을 발표한 스물다섯살에 이미 최초 형태의 <파우스트>를 완성한 상태였다고 한다. 발표하지 않고 16년이 지난 뒤에 <단편 파우스트>를, 이후 개작과 수정을 계속해 죽는 해에 파우스트를 마쳤으니 평생에 걸쳐 <파우스트>를 쓴 셈이다. 창조자의 차고 맑은 샘을 죽는 날까지 유지한 괴테의 저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괴테는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로부터 ‘이야기 지어내기의 즐거움’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어머니와 아들은 무수한 밤을 이야기를 만들며 밝혔다. 그 즐거움이 일생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을 파놓았던 것이다. “영원한 여성이 우리들을 저 높은 곳으로 이끌어 올린다”는 합창은 괴테가 그런 어머니에게 바친 찬사이기도 하리라. 새 학기를 시작한 초등생들이 학원을 전전하느라 바쁘단 얘길 듣는다. 평생 갈 상상력의 샘물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에 영어며 수학 선행학습이 대체 무슨 의미일까. 하루하루 아까운 시간들, 좋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지으며 세상을 품을 씨앗들을 마음에 뿌려야 할 시기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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