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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피르스의 피아노

등록 2015-03-09 18:58수정 2015-03-09 18:58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일상의 희로애락을 함께하기에 모차르트가 좋은 이유와 비슷한 맥락에 마리아 주앙 피르스(피레스)가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특별한 영웅의 아우라보다 평범한 인간 속에 반짝이는 슬픔과 기쁨, 고독과 환희를 드넓고 깊게 펼쳐놓는다. 모차르트 속에선 어떤 인간도 궁극적으로 보호받는다. 깊은 슬픔 끝에서도 “그래, 살자!”라고 마음먹게 만들어주는 음악의 힘. 피르스가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라 평가받는 이유도 이런 인간 이해와 감수성의 결 때문 아닐까. 방대한 레퍼토리 가운데 내가 자주 찾는 피르스의 피아노는 모차르트와 쇼팽이다. 모든 일급 연주자들이 그렇듯 타고난 재능에 피나는 연습으로 다져진 기술을 온몸으로 완전히 흡수해낸 세월을 일컬어 관록이라 하는 것일 테다. 섬세함이 자칫 빠지기 쉬운 예술가적 신경증이 그에게선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근래엔 ‘늙은 피르스’의 얼굴이 좋아 가끔 실황 디브이디를 찾는다. 음과 음 사이의 주름이 완성하는 좋은 음악처럼 인간의 얼굴에 자리 잡은 주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얼굴에서 본다. 보통의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익숙지 않은 일들을 그는 자연스럽게 한다. 자신의 공연장에서 생태환경 관련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하고 학대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대중음악 뮤지션의 피아노 반주를 해주기도 한다. 밭에서 풀 뽑다가 쓱쓱 손을 닦고 들어와 피아노 앞에 앉는 피르스를 떠올린다. 음악과 삶이 단절되어 있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피르스의 숨 쉬는 피아노가 좋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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