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하가 부처를 태웠다! <전등록>에 나오는 단하소불 이야기다. 어느 날 단하 스님이 추위를 참을 수 없어 목불을 쪼개 모닥불로 태웠다. 절을 지키던 다른 스님이 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무리 춥다 한들 절에서 불상을 태울 생각을 하다니 ‘상식’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일 아닌가. 이때 단하 스님이 담담하게 말한다. “목불에 사리가 있는지 보려 했소.” 노발대발하던 스님이 말한다. “헛! 나무에 어떻게 사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순간 단하 스님의 입가에 떠올랐을 미소가 상상되지 않는가. 목불이 그저 나무로 만든 형상일 뿐임을 ‘노발대발스님’은 인정한 셈이다. 어떤 형상에도 집착해 사로잡히지 말 것을,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함을 단하 스님 일화는 보여준다. 불상에 집착하거나 십자가 형상과 교회 건물에 집착하는 일들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사람을 사랑한 부처와 예수의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껍데기 형상만 남아 사람을 억압한다면 종교는 ‘위안’이라는 최소한의 미덕조차 발현시키지 못한다. 형상에 집착하듯 자기 종교에만 집착할 때 타락은 극에 달한다. 보수 성향 개신교단체들이 ‘봉은사역’ 역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숨이 나온다. 고이면 썩는다. 단하소불의 정신이 아니라면 어떤 종교도 인간의 나약함에 기댄 감옥이 되고 만다. 스스로 우상이 되어 자기 종교 외의 모든 것을 부정해버리는 종교라면 답이 없다. 종교가 단지 신앙의 거대한 묘지일 뿐이라면.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