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벽두에 김진숙씨의 <소금꽃나무>를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저 사람 혹시라도 저기서 죽으면 나 이 땅에서 못 살겠구나 하는 느낌이 밀어닥쳤다. 생면부지 누군가의 목숨이 내 목숨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생한 자각. 결국 크레인과 지상의 아득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살아 있는’ 그가 고공에서 손 흔드는 것을 보러 부산을 들락거렸다. 그로부터 4년 만에 또 다른 노동자의 책을 덮고 마음이 감감한 새벽이다. <이창근의 해고일기>. 생면부지 김진숙씨가 고공에 있을 땐 그가 ‘죽을까봐’ 겁이 났다면, 희망버스와 여러 현장에서 안면을 튼 이창근씨는 ‘죽지 않을 것’을 알기에 눈물을 아낀다.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에서 ‘죽지 않는다!’는 의지로의 전환, 이것이 지난 4년간 우리가 가까스로 이룬 한 발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고공에 오른 김진숙씨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라는 아름다운 연대의 포옹 속에 살아 내려온, 그 한 발자국을 출발선 삼아 굴뚝인들은 그로부터 다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이 척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은 어떻게 사람다워지는가’라는 질문을 온몸의 고난으로 감당하고 있는 그들의 한 걸음을 출발선 삼아 다음 누군가들이 다시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이창근의 해고일기> 수익금은 분홍도서관 만드는 일에 기부된다. 한 걸음씩 걸어온 노동자들의 삶터이자 꿈터인 분홍도서관. 어쩐지 아릿-아련한, 거기, 분홍!을 위하여 책을 사자. 더 많이!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