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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살아있는 도서관

등록 2015-02-15 18:47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도서관 사서가 직업인 독자를 만날 때 ‘좋으시겠어요!’라고 인사할 때가 있다. 십중팔구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서가 되었을 테니 도서관이라는 직장은 훌륭하지 않은가. 그런데 내 인사에 ‘사실 좀 힘든 노가다예요’라는 답이 돌아올 때가 많다. 정부가 올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47개 공공도서관이 제대로 개관하면 전국 공공도서관 수는 968곳이 된다.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지역도서관이 2000개 정도만 운영되면 문화생산자와 시민의 소통 원활은 물론, 고사 직전의 창작자들에게 살길이 주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의미 있는 저작이어도 초판 1000부 찍기가 어려운 인문학 도서들, 이젠 500부를 찍어도 초판 소화가 어렵다는 시집이나 소설책도 2000개 정도의 공공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어 국고 구입이 되면 부족한 대로 한국문학의 토양은 유지할 수 있다. 도서관 2000개는 아직 꿈같은 일이지만 장기 안목으로 계속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정부의 도서관 확충 계획안이 안목 있게 장서를 구비하고 인문학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내용성보다 ‘도서관 건물 짓기’에 급급해 보인다는 점이다. 도서관 확충이 도서관 ‘건물 짓기’라면 그것은 토목건설업자의 배를 불려줄 뿐, ‘사람 사는 마을에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와 거리가 멀다. 어떤 전문가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지가 도서관의 질을 결정한다. 좋은 책과 사람의 소통을 고민할 인력의 안정적 수급 없이 도서관 건물만 는다면 도서관은 ‘독서실’이 될 수도 있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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