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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빵 짓는 농부

등록 2015-02-11 18:52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지인이 보내준 빵을 맛보고 깜짝 놀랐다. ‘요즘 같은 때 이런 빵을 만드는 곳이 어디지?’ 싶어 뒷조사를 했다. 백퍼센트 우리밀 통밀가루와 천연 재료들로 만든 거칠고 담백한 깊은 맛,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건강한’ 기운으로 가득한 빵에 대해 알아낸 몇몇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우선 내 고향 강릉에 있는 빵집이어서 반가웠고, 오래전 강릉에서 퍽 유명하던 빵집인 ‘빵장수 야곱’이 ‘빵 짓는 농부’가 되어 나타난 사실에 또한 기뻤다. 대개의 동네빵집들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려나는 때, ‘빵 짓는 농부’가 작은 지방도시의 소중한 한 부분을 이루게 된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내가 맛본 ‘홍국빵’에 사용된 재료 설명은 이렇다. “가평의 김현주 농부님이 보내주시는 홍국(붉은 누룩을 쌀에 입힌 것), 강릉의 우리들 농원에서 보내주시는 최상품질의 곶감, 은해염 구운소금, 정선의 겨우살이를 우려낸 물, 우리밀 누룩으로 직접 포집하여 배양한 우리밀 천연발효종.” 재료 생산자가 분명하고 모두 그 지역 생산물인, 흔히 이야기되는 ‘먹거리 정의’나 ‘슬로푸드’의 기본에 충실한 빵이다. 10년 전쯤, 자신이 만들어오던 빵에 환멸을 느껴 산속으로 들어간 ‘빵장수 야곱’이 농사짓다가 하산해 다시 만드는 빵은 수입밀가루, 백설탕, 화학첨가제를 사용해 만들 수 없는 게 당연한 일. ‘빵장수’는 이제 ‘빵 짓는 농부’가 된 것이다. 빵 농사를 짓는 이런 동네빵집이 많아져 ‘먹거리 윤리’가 자연스럽게 우리 삶 속으로 확장되면 참 좋겠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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