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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설악산 케이블카

등록 2015-02-08 18:47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설악산 케이블카 소식을 듣는다. 논란 끝에 이미 부결되었던 사업인데 대통령의 ‘관심’으로 급추진되는 모양새다. 지금 운행 중인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오래전 일인데다 독재정권 때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치자. 단 며칠의 올림픽경기를 위해 가리왕산을 짓밟고 있는 자들이 이젠 설악산마저 망쳐놓으려 한다. 무지한 정치권력과 돈만 좇는 자본권력은 온갖 타락한 합성어를 만든다. 저들이 ‘친환경 케이블카’라고 우기는 ‘친환경’과 ‘케이블카’의 합성은 혹세무민의 절정을 보여주는 야비한 타락어다. 목 졸라 살해하면서 ‘너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외치는 형국이고, 죽어라 패면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만큼 어불성설이다. 케이블카가 ‘친환경’이라는 것을 전문가와 시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증명해보라. 제발 좀 그대로 두라. 한반도의 가장 빼어난 보물들인 강과 산, 갯벌을 죄다 불구와 기형으로 황폐화시키고 대체 무엇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려는지. ‘강원도정’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환경문제에서 거의 문맹 수준이다. 착각하지 마시라. 수려하고 거친 야성을 지닌 본래의 자연이 있어 사람들이 강원도로 오는 거다. 본래의 설악과 장장 3.5킬로미터 케이블카로 혈맥을 다 끊어낸 설악은 결코 같은 설악이 아니다. 케이블카로 정상에 올라 보는 설악이 마음에도 진정 담기겠는가. 멸종위기종 산양을 비롯한 뭇 생명이 설악에서 쫓겨날 때 ‘시인’도 그만 멸종하거나 이 나라를 떠나야 할지 모를 일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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