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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이 마을 꼭 지키쿠다

등록 2015-02-01 18:44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새벽 여명이 터오기 전 주먹밥을 싸는 주민들의 손길을 사진으로 보았다. 손잡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기도를 하는 사람들. 쇠사슬을 몸에 감고 망루에 올라가는 주민들의 서러운 절규를 들었다. 얼마나 더 아파야 이 참혹함이 끝날까. 군관사 건립에 다수 주민이 찬성했다는 거짓을 들먹이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군대를 얼마나 더 참아내야 하나. ‘힘내요, 부디 힘내세요.’ 그렇지만 여태 싸워온 주민들에게 더 낼 힘이 어디 있는가. 힘내야 할 것은 멀리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밖에 없다고 절망하는 분들께 ‘기도의 힘’에 관해 크리스티안 노스럽이 전해준 실제 실험 이야기를 전해 드린다.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했다. 의사나 환자 모두 그들이 누구를 위해 기도하는지 몰랐고, 그들 역시 누구를 위해 기도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기도를 받지 않은 중환자실의 환자들에 비해 기도를 받은 중환자실 환자들의 상태가 훨씬 호전되었다.’ 애타는 기도의 힘은 무력하지 않다. 힘내어 더 잘 지켜보며 더 많이 기도하자. 오늘의 내 기도에는 ‘용역’ 청년들에 대한 용서를 포함시켜야 하겠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끔찍한 말 중 하나인 ‘용역’. 돈을 벌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하는 ‘용역’엔 거의 항상 어린 청년들이 섞여 있다. 그것이 아프다. 돈이 필요한 어린 청년들을 용역으로 앞세우고 이 ‘국가’는 대체 어디까지 사악할 것인가. ‘국민’의 삶터를 지켜주기는커녕 갖은 방법을 동원해 유린하는 ‘군대’는 대체 왜 존재하는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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